내 마음의 불안스위치
첫째 아이는 초등 5학년
둘째 아이는 초등 3학년이다.
첫째는 더하기 빼기 할 때부터 아니 숫자세기부터였을까? 수학문제집 풀 때 난 긴장상태가 된다. 더하기 한 장도 1~2시간 동안 풀 수 있는 아이이기 때문이다. 기다려주다 기다려주다 인내심이 바닥나면 화를 내기 일쑤였다. 그러고 나서 후회의 반복된 시간들을 보냈다. 반면 둘째는 빨리하고 쉬고 싶어서 1~2분에도 끝낸다.
사고력수학으로 일주일에 한 번 수학학원을 가는 것 외에는 수학은 두 아이 모두 집에서 공부했었다. 그러다 기특하게도 첫째 아이 4학년 때 자기는 공부량이 부족한 거 같다며 학원을 보내달라고 해서 다니기 시작했었고 한 달 전쯤 예감은 했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말을 아이가 한다.
"엄마, 집에서 하면 안 돼요?"
복직을 두 달 앞둔 상황에서 안 다니던 둘째도 이젠 집에서 봐줄 수 없어서 보내야 하는 상황인데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말했던 거고 한 번은 기회를 주어야 할거 같아 주단위로 해야 하는 양에 대해 말했고 나는 체크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작된 첫째의 수학 집공부는 첫날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었다. 그러나 둘째 날부터 서로 감정싸움만 하다가 귀한 시간이 다 흘러 버렸다.
그러던 중 동네 엄마 소개로 소규모로 하는 동네에 있는 수학선생님을 알게 되어 두 아이 모두 같은 시간에 보내게 되었다. 첫째 희망이는 자기주장이 강해 본인이 보고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선생님이 좋았나 보다.
복직 전 수학학원 정하기가 가장 큰 걱정 중 하나였는데 첫 수업 후 두 아이 모두 콧노래를 부르며 집에 와서 샤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법가루라도 뿌려진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숙제다. 생가보다 양이 많다. 오히려 둘째는 별로 걱정이 안 되는데 첫째가 가기 전까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밀려온다.
내 마음의 불안 스위치가 온이 되었다.
다음 학원 가기 전까지는 첫째 아이가 가능한 시간은 오늘 저녁시간과 내일 저녁시간뿐이다. 난 할 일을 하고 쉬었으면 좋겠는데 계획을 세워보라니 내일 한다고 한다. 아이가 하기로 한 다음날이다. 첫째 희망이는 몇 문제 풀다가 못 풀겠다며 물어본다.
"엄마 이제 곧 복직이고 네 숙제 더 이상 봐줄 수 없어. 그리고 네 스스로 풀어가야 선생님도 네가 뭘 이해 못 했는지 아니깐 도와주실 수 있어."
라고 말하니 기특하게도 끙끙거리며 혼자 푼다. 그러다 냉장고에서 말린 망고를 꺼내며 먹으려고 한다. 난 좋은 생각이 난다.
"한 장 풀 때마다 하나씩 먹어."라고 하니
"한쪽 풀 때마다 먹을게." 한다. 그래서 연산보다는 도형파트가 강한 아이니
"연산 파트는 한쪽, 도형 파트는 한 장."이라고 하니 알겠다고 한다.
남편과 둘째는 잠든 밤 첫째는 끙끙 거리며 수학문제를 풀고 난 책을 읽었다. 생각 보다 아이는 망고 덕분인지 빨리 숙제를 끝냈다. 우리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수영시간이었다.
난 4년째 초보라인에서 수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이 너무나 좋다. 가끔 10바퀴씩 쉬지 않고 자유형을 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접영은 너무나 어렵다. 4년째 배워도 배울 때마다 새롭다. 오늘도 강사님은 접영을 알려주신다. 알려주신 대로 한 바퀴 돌고 왔다. 물안에서 즐거웠다. 그런데 강사님이 이런 말을 하신다.
"아직도 불안해하면 안 돼."
불안해하면 안 돼... 내가 접영 할 때 불안해했나? 마음이 평안하지 않아서 4년째 접영이 안된 거였나? 분명 즐겁게 한 바퀴 돌고 왔는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말이 나의 수영뿐 아니라 첫째 희망이의 수학을 대할 때도 불안해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이상하게도 첫째 희망이가 많이 힘들지만 나중에 잘될 거라는 묵직한 믿음이 있다. 그런데 이런 사소한 숙제 문제에는 왜 이렇게 예민해지는지...
강사님의 말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아직도 불안해하면 안 돼."
내가 가진 희망이가 잘 될 거라는 믿음처럼
작은 숙제에도 그런 믿음이 있길 바라본다. 그 안에서 아이는 실패하고 넘어지겠지만 결국 잘 해낼 것이다.
기특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엄마가 있다면...
"Trust begets trust."(믿음은 믿음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