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첫 조식이다.
로마에서 3일 아침을 맞이하면서 하루는 바티칸에 가야 해서 또 한 번은 남부투어로 새벽부터 서둘러 가야 했기에 호텔에서 느긋하게 하는 조식은 처음이었다. 간단히 빵 몇 개와 버터, 잼 그리고 에스프레소를 가져왔다. 아이들도 이제 접시에 담는 모습이 여유롭다.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에스프레소가 이제는 좋다. 그런데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이탈리아 여행의 마지막 날이기에 느긋한 조식 후에 짐을 다 정리하고 케리어를 호텔에 맡겼다. 소화도 시킬 겸 조국의 제단에 있는 카페까지 걸어갔다가 그곳에서 간단히 먹고 꼭 보고 싶었던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보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첫째 희망이가 갑자기 어디를 가고 싶다고 한다. 찾아보니 너무 멀고 공항 가야 하는 시간 생각했을 때 불가능했다. 사정을 말해도 아이는 너무나 가고 싶은지 계속해서 말을 한다. 소화시킬 겸 거리 구경하며 걸어가려고 했던 길이 갑자기 너무나 힘들게만 느껴진다.
오늘 2025년 6월 2일은 이탈리아 공화국 선포일로 로마 거리에서 큰 행사가 있다. 이미 점심시간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라 행사에 참여했던 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인지 엄청난 사람들이 거리에 있었다.
"안 와!"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소리를 지른다. 길거리에 쪼그리고 앉아서는 심술이 나있다. 달래주기도 싫어 나랑 둘째는 먼저 앞서서 가고 남편에게 같이 오라고 했다. 나도 심통이 제대로 났다. 그렇게 갑자기 가기 싫어진 희망이와 겨우겨우 조국의 제단 카페까지 갔다.
로마에서의 마지막날인 이 귀한 시간, 이 귀한 거리를 이런 불편한 마음으로 걷고 있는 우리 가족이 너무 속상했다. 다행히 카페에서 좋아하는 메뉴를 시키고 본인이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니 기분이 좀 풀렸나 보다. 그곳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드디어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보러 또 우린 걸었다.
가는 길 고대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던 포로 로마노가 보인다.
"오래된 유적지를 볼 때 그냥 돌덩어리일 뿐이지만, 왜 가슴에서 몽글몽글 뭔가 솟아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걸까?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인간이라는 하나의 그룹 안에서 뿌리를 찾는 느낌이라서일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걷고 걸었다.
구글 맵은 계단을 올라가면 바로 성 베드로 성당이 있다고 나온다. 어느덧 아이들은 신이 나서 앞서 뛰어간다.
드디어 모세상을 본다.
천재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모세상을 입장료도 없이 볼 수 있다. 자세히 보면 모세의 머리 위에 뿔이 있는데 이건 잘못 해석되어 그렇다고 한다. 천재인 미켈란젤로가 사람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예술을 잘 모르는 나도 모세상은 보고 보고 또 봐도 계속 보고 싶다. 그냥 멍하니 반나절 앉아서 보고 있고 싶다.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적다니!"
"핏줄까지 있어!"
둘째 조이는 이렇게 멋진 작품이 있는 곳에 사람이 별로 없는 게 신기한가 보다. 다녀와서도 모세상과 찍었던 사진 보여달라고 하는 걸 보면 이 작품이 참 좋았나 보다.
난 한참 보고 있는데 아이들은 베드로를 결박했던 쇠사슬을 보관한 곳에 가있다. 여행 오기 전에 동전을 넣으면 문이 열리고 쇠사슬을 볼 수 있다는 걸 아는 아이들은 그곳에서 만난 다른 외국인 부부에게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분들은 신기해하시며 동전을 주셔서 같이 볼 수 있었다.
성경책에서만 읽었던 베드로를 결박했던 쇠사슬, 그리고 하나님의 천사가 풀어주었다는 쇠사슬을 실제로 보게 되니 신기했다. 성경의 그 이야기가 사실이라도 저 쇠사슬이 진짜 베드로를 결박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은 들었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던 베드로 성당이었지만 이제는 공항으로 가야 한다. 짐을 찾기 위해 호텔로 가는 길 이탈리아에서 참 신기했던 횡단보도다.
분명 빨간불인데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횡단보도를 건넌다. 나도 모르게 따라 건널 뻔했다.
"노~노!"
로마에서 만난 가이드님이 신호는 절대 지키라고 하셨다. 혹시라도 사고가 나면 CCTV도 없고 여행자이기 때문에 불리한 상황에 처하기 쉽다는 것이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복잡한 테르미니역에서 공항 가는 레오나르도익스프레스(공항열차)를 간신히 탔다. 표를 사는데 한참이나 헤맸다. 다행히 로마 국제공항엔 잘 도착했다.
로마 국제공항도 인천공항만큼이나 깨끗하고 좋았다.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나는 의자에 앉아 쉬는 동안 아이들은 대형 체스를 두느라 바빴다.
어느덧 이탈리아 여행을 다녀온 지 5개월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여행 중에 심통이 나있었던 남편은 다녀와서 처음으로 고혈압 약을 먹었다. 남편도 말은 안 했지만 긴장을 많이 했었나 보다. 이탈리아에서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로마, 폼페이 등 모든 곳이 나에겐 의미 있는 곳이 되었다. 만약 희망이가 자유여행으로 가자고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면 겁쟁이 내가 세미패키지였지만 이렇게 갈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세미 패키지의 특정상 도시에서의 여행은 다 나의 몫이었다. 덕분에 나는 이탈리아에 대해 더 알아봐야 했고 더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또한 여행 내내 여기저기 다녀도 무섭지 않았던 것은 든든한 남편과 아이들이 옆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안녕 이탈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