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와 포지타노
폼페이 투어가 있는 날이다.
투어는 좋은데 숙소가 있는 로마에서 차량으로 많은 시간을 이동해야하기에 걱정도 되었다. 새벽 5시쯤 먼저 기상해서 남편은 breakfast box를 챙기고 난 갈 준비를 했다. 아이들을 깨우고 간단히 식사한 후에 만남의 장소로 갔다. 이른 시간에 걸어서 이동이라 또한 걱정했던 루트였는데 다행히 이상한 사람들은 없었다.
"남부투어 가시죠?"
테르미니역 근처 만남의 장소에 도착하니 예쁜 여자 가이드님이 웃으시며 말을 걸어오신다. 안심이 된다. 인원 체크를 하시곤 먼저 차량에 탑승하라고 안내해 주신다. 오늘도 멀미가 있는 첫째와 나 때문에 가이드님께 문의드렸는데 고맙게도 버스 앞자리로 안내해 주셨다.
어느새 큰 대형버스는 몇 자리 남지 않고 꽉 찼다. 한 팀이 오지 않았는데 가이드님이 전화를 하더니
"이제 일어나셨나 봐요. 안타깝지만 우리 먼저 떠납니다." 하신다. 단체 투어라 기다릴 수 없다고 했던 공지가 기억난다. 출발할 수 있음에 감사한 순간이다.
버스는 드디어 폼페이로 향한다. 가이드님의 간단한 설명이 있었다.
"여러분은 참 운이 좋으세요. 저는 이탈리아 남부를 너무나 사랑하는 가이드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폼페이 입장료가 무료인 날이에요."
아이들도 좋아한다. 그리고 포지타노에서 스피드보트를 탑승할 사람 명단을 받으셨다. 아이들이 둘 모두 타고 싶어 해서 네 식구 모두 신청했다. 필요한 경비를 계산해서 가이드님께 현금으로 드렸다. 차량에서 멀미 없이 좌석마다 계산하시는 가이드님이 참 존경스럽다.
이제는 가이드님이 틀어주시는 음악을 들으며 못다 한 잠을 청해 본다.
폼페이까지는 4시간가량 걸린다고 하신다. 피곤했던지 모두 잠들어서 금방 도착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폼페이 입장부터 어마어마한 인파가 대기 중이었다. 입장만 한 시간 정도 기다린 느낌이다. 가이드님은 지루해할 우리들을 위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이탈리아에 와서 살면서 대한민국이 참 자랑스러울 때가 많아요. 여긴 구글 지도를 사용하는데 우리나라는 네이버 지도 사용하죠. 우리나라는 자체 SNS인 카카오톡을 많이 사용하는데 여긴 자체플랫폼이 없으니까요."
이야기를 들으니 나도 덩달아 어깨가 으쓱해지는 기분이었다. 한편으론 우리도 문화유산을 이탈리아처럼 잘 보존하고 관심 가져주는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더욱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디어 입장이다.
"엄마. 너무 더워. 언제까지 걸어야 해?"
사실 나도 덥긴 했지만 책이나 TV에서만 보던 이곳에 와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좋았다. 하지만 아직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 조이는 덥기만 한가 보다.
그러다 가이드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더니 점점 흥미로워한다. 고대 로마 도시에 공중목욕탕이 있었고 또 바로 옆에는 체력단련장까지 있었다. 고대 로마의 도시인데도 많이 발전된 도시였음이 느껴진다. 한참 이야기 하시다 가이드님이
"이 표시는 무엇일까요?"
하시면서 길바닥에 나있는 어떤 모양을 보여주신다. 그리고 안내한 곳은 폼페이의 사창가였다. 난 사실 폼페이하면 굉장히 발전된 도시이고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화산재에 의해 사라진 곳으로만 알고 갔다. 그런데 그 유적지는 좀 놀라웠다. "폼페이가 많이 발전된 도시였지만 성적으로 많이 문란한 곳이라 하늘에서 벌을 내린 걸까?"라는 생각도 들게 했다.
화산폭발이 있었던 그곳에서 화산재로 인해 약 2000명의 주민이 화산재에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이 폼페이가 발견되었을 당시 사람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때 땅 사이사이에 구멍이 있었는데 그곳에 액체로 만든 석고를 붓고 굳었을 때 땅을 뜯어내면 위와 같이 사람의 형상이 나타났다고 한다. 그 당시 고통스럽게 죽어간 모습들이라 보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폼페이 유적지 뒤로 보이는 산이 바로 그 베수비오산이다. 가이드님은 등산도 하셨다고 한다. 그 당시 사람들은 베수비오산이 그냥 일반산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발전한 지금도 홍수나 지진등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다. 현재는 다른 행성에도 가는 존재인 인간임에도 예나 지금이나 자연의 힘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는듯하다.
2시간 정도의 폼페이 유적지 관람을 마치고 다 같이 점심식사를 했다. 스파게티와 파스타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주셨는데 엄청 맛있지는 않았지만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다음 여행지로 차를 타고 이동한 곳은 소렌토 전망대다.
이곳에서 가이드님이 아이스크림을 사주셔서 아이들은 신이 났다. 전망대에서 사진을 찍고 다시 차를 타고 가다가 작은 미니버스로 갈아탔다. 길이 좁아서 대형버스는 안된다고 한 거 같다. 갈아타고 조금 더 가서 도착한 곳이 포지타노다.
햇볕은 더 쨍쨍하지만 해안가 마을이 아기자기 너무 예쁘다.
우선 스피드보트 타기로 한 사람들은 가이드님을 따라가고 나머지 분들은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우리는 마을을 구경하며 열심히 가이드님을 따라갔다. 좁은 길 위에 사람들이 빼곡하다. 가이드님을 놓칠까 걱정되어 열심히 따라가며 구경했다. 저 멀리 해안가가 보인다. 바다 구경도 하기 전에 스피드 보트에 어서 탑승하라 신다. 여행자가 너무 많아 순서대로 바로바로 타야 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이런 여유 없음이 싫었는데 아이들은 신이 났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속도를 줄였을 때 간신히 찍은 사진이다. 자리는 한정적인데 사람은 너무 꽉 차게 태우니 나는 엉덩이 한쪽밖에 의자에 닿지 않아 스피드를 즐기기는커녕 엉덩이가 너무 아팠다.
"와~~~ 너무 신나!"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났다. 엉덩이는 아플지언정 전망은 왜 이리 예쁠까? 아기자기 예쁘기도 하다. 고난의 스피드보트 탑승이 끝이 났다. 남편은 혼자 따로 앉았는데 자리가 여유로웠다고 한다.
"너무 신나요." 아이들은 내리면서 가이드님에게 최고라며 만족스러워한다. 스피드 보트도 탔으니 바닷가 물에 발이나 담그고 카페에서 좀 쉴까 싶었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에 물놀이를 할 사람들은 수영용품을 챙기라는 안내가 있었다. 그래서 짐을 쌀 때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물놀이 안 해요." 했었다. 그랬던 그들이...
이미 바닷가 물속에 들어가 있다. 아이들은 신이 났다. 나와 남편은 양산을 쓰고 아이들 노는 걸 구경했다. 이탈리아 여행에서 남편은 이곳 포지타노 해변에서 물놀이 못 한 게 너무 아쉽다고 한다. 이제는 모일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아이들에게 그만 가자고 하니
"엄마, 갈아입을 옷 없어서 어떻게 해?"라며 이제야 걱정한다. 그래도 걱정이라도 하니 기특하다. 혹시나 해서 여벌옷은 가져갔었다. 엄마라는 역할은 참 할 게 많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서 가이드님이 모이라고 한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다시 로마 테르미니역까지 왔다. 하루가 참 길었다. 이번 남부 여행에서 로마는 참 우리나라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반도 국가라 삼면이 바다라는 점.
로마의 지도는 부츠모양, 우리는 호랑이 모양이지만 길쭉한 점.
로마의 남쪽엔 레몬이 우리나라 최 남단인 제주도엔 귤이 특산품인 점.
지형이 비슷해서 우리나라 고속도로도 박정희 정부 때 이탈리아방식으로 만들었다는 점.
그래서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고대 로마처럼 그런 강대국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어느덧 테르미니역 도착이다. 우리 가족은 오늘도 저녁은 한식으로 결정했다. 어제 갔던 서울식당도 좋지만 가이드님이 추천해 주신 미담이라는 한식당이었다. 치킨과 불고기를 시켰는데 역시나 맛있다. 오늘이 이탈리아에서의 마지막 밤이라는 게 너무나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