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춘분’
독감 덕분에 미루던 책을 읽으며 나는 나의 일 년을 돌아보고 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제철행복’-
24 절기를 하나씩 하나씩 이야기의 소재로 삼아 그 절기마다 가지고 있는 각각의 특징과 꼭 그때마다 잊지 않고 기억하며 해야 할 일들을 숙제처럼 글 말미에 남겨두었다 그래서 독자로 하여금 모든 절기를 잊지 않고 달마다 다가오는 절기의 소중한 시간과 계절의 변화를 감사히 맞이할 수 있도록 편안한 글과 이야기로 담아내었다
나는 늘 나의 일 년을 틈틈히 사진에 담는다
누군가는 글로 적고 누군가는 일기를 적고 누군가는 또 다른 방법으로 일 년을 기록하겠지만 내가 그중 가장 꾸준하게 하는 것이 사진으로 남기는 일 년이다
물론 한해 마지막 달에 연간 일기를 쓰고 있기에 일 년 동안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 해말 나의 일 년을 정리해 기록해 둔다 그리고 그 기록에 근간이 바로 사진첩에 담긴 나의 사진들..
아 그래 이때 이런 일이 있었지, 아 맞아 이때 이거 참 맛있었지, 아 그래 여기 참 좋았어…
물론 슬픈 사진은 없다
일부러 찍지 않았을 수도 있고 찍을 기분도 아니었겠지만 그 슬픈 감정이 사진에 담긴 날도 분명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제철행복’을 읽으며 깜짝 놀란 것은 작가가 권한춘분 무렵의 제철숙제에서 그 시절 내가 했던 모든 것이 다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춘분이 오면 나는 이 모든 것을 하고 있었던 것…
나는 산책하길 좋아하고 평소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그 걷는 와중에도 걷다 멈추다 걷다 멈추다 하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탄성만 질러대며 연신 사진을 찍어대는 계절이 바로 봄이다
나 같은 사람이 또 있을까 싶었는데 김신지 작가도 내 맘과 똑같았던 것 같다
’ 봄을 찾기‘ 산책을 나서는 사람이 또 있었다니…
봄을 맞이하고 봄의 꽃을 맞이하는 기분을 어찌 설명하랴…
결국 책을 읽다 말고,
2025년 춘분의 시간에 담은 나의 사진첩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봄의 기척을 담은 나의 봄-
새록새록 다 기억이 난다
하나도 허투루 지나간 순간이 없었다
가던 발길을 멈추며 어찌나 그 모습이 예쁜지 한참을 바라보고 자세히 바라보고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결국 사진에 담아왔던 생각이 든다
떨어진 벚꽃에 잔재마저도 쉽게 보내기가 아쉬워서 모두 기록해 두었던 사진들… 이마저도 벌써 올해 봄의 기억이라니-
세월이 유수와 같다는 말을 어찌 거역할 수 있을까…
매화와 벚꽃을 구분할 줄 알고 산수유꽃과 생강나무꽃을 구분할 줄 알고 영춘화와 개나리를 구분할줄 알고 진달래와 철쭉은 구분할 줄 알고…
나는 어쩜 봄을 너무도 사랑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 자연은 나무라지도 채근하지도 않는다. 나무가 나무로… 새가 새로… 살듯 나는 나로 살면 된다는 걸 알게 할 뿐… 세상에 풀처럼 돋아났으니…
봄에 새순 같은 희망을 내어 여름에 키우고, 가을에 거두며, 겨울엔 이듬해를 준비하는 게 자연스러운 한해살이다.
-p.73
오늘도 내게 울림이 되는 말들을 오래고 기억에 남겨둔다 봄의 기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그때 그 마음도 다시 가슴에 새겨둔다 설레였던 순간처럼 자연의 돌고 돌아가는 순리는 여지없이 돌아온다는걸 알기에 다시올 봄이 벌써 기다려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