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에서 지내는 동안 <콘서트 가는 클덕 다리아> 게재는 잠시 쉬려고 했지만 한국에서의 지난 공연들 게시는 나중으로 미루더라도 일단 런던에서 참석한 공연들만 간단하게 기록해 보려고 한다.
이 날은 2월 초, Barbican Centre (바비칸 센터)에서 Daniil Trifonov(다닐 트리포노프)와 London Symphony Orchestra(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 슈만의 피아노협주곡 그리고 말러의 7번 교향곡을 연주한 날이었다.
다닐 트리포노프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협연, 그리고 그가 연주하는 슈만 피아노 협주곡 Op.54라니 어찌 기대하지 않을 수 있을까. 무대에 이 협주곡이 울려 퍼지는 내내 나는 다닐이 그리는 복잡한 슈만의 사랑의 이야기로 흠뻑 젖어 들어가는 것 같았다.
트리포노프의 연주는 단순한 소리를 넘어, 깊은 곳에서 퍼 올린 듯한 그만의 뜨거운 서사를 들려주며 듣는 이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는다. 솔리스트로서 그의 광기 어린 연주가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에서는 다소 덜 부각되는 듯했지만, 그 절제된 흐름 속에서도 순간순간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오곤 했다.
2부의 말러 교향곡 7번에서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균형 잡힌 연주가 두드러졌다. 복잡한 음표들 틈에서 모든 음이 명확한 타이밍에 명확한 소리를 내었고, 특히 관악기들의 선명하고도 풍부한 톤이 인상 깊었다. 다니엘 하딩과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말러는 그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담백하게 풀어낸 말러였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성 관객은 트리포노프의 열렬한 팬이었는지 1부 협연 커튼콜 때 그 누구보다도 뜨거운 환호를 보낸 뒤 2부에는 자리에 돌아오지 않았다.
런던에 온 후로는 첫 연주회였는데 객석에 앉자마자 그 순간 너무나도 감동으로 벅차서 확실히 내가 클래식음악을 정말 미친 듯이 사랑하기는 하는가 보다 싶었다.
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음악을 즐기고, 각자의 순간을 품에 안고 떠나는 밤. 차갑게 부는 바람 속에서 오묘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며 집으로 향했다.
+ [eng] The concert featured Daniil Trifonov with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performing Schumann’s Piano Concerto Op. 54, which is one of my favorites. It was a truly moving experience. While I wished his unique intensity had been more evident in this orchestral setting, it was still an incredible performance.
In the second half, the London Symphony Orchestra delivered a refined and seamless interpretation of Mahler’s Symphony No. 7. The woodwinds were particularly crisp, and the overall execution was polished and precise.
The audience was enthusiastic, especially the man next to me, who seemed to be a devoted fan of Daniil. He cheered wildly during the curtain call but did not return to his seat for the second half without Dani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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