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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Oct 22. 2023

신랑신부에게 바치는 사랑의 찬가

Édith Piaf & Monnot | Hymne À L’amour



다음달에 결혼하는 친한 지인으로부터 청첩장을 받기 위해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저녁 식사를 하고 집에 돌아왔다. 나의 기억 속 그녀는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가득한 사람이었는데, 거의 1년 만에 만나는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변함없는 건강한 에너지를 지니고 있었다. 그녀의 한결같은 에너지가 참 보기 좋다.


고기를 먹으며 도란도란, 그동안의 회포를 풀고 난 후 그녀는 청첩장이 담긴 흰 봉투를 내게 건넸다. 그녀가 전해준 청첩장에는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환하게 웃는 예비부부의 예쁜 사진과 함께 “뜻깊은 자리에 소중한 분들을 초대합니다.”라는 문구가 인쇄되어 있었다. 두 사람이 하나 됨을 사람들 앞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축복을 받는, 진정으로 뜻깊은 자리임에 틀림없는 이 중대한 행사에 나를 초대해 주다니 진심으로 고맙다. 나의 온 마음을 다 하여 이 부부의 앞날에 행복을 기원해 줘야지.


나의 주변 사람들에게 경조사가 생겼을 때 나를 떠올려주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그게 경사가 되었든 조사가 되었든, 예삿일이 아닌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 그것을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으로서 나를 떠올린 것이 아닌가.

물론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조사보다는 경사가 많기를 언제나 바란다. 인생이란 것이 항상 행복할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그들에게 가능한 한 슬프고 힘든 순간보다 행복하고 기쁜 순간이 훨씬 더 많으면 좋겠다.


훗날 나에게도 결혼식이라는 행사가 생길지, 만약 그렇다면 언제 생길는지 전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나름의 결혼식 로망이랄까, 나의 결혼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꽤 구체적으로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아이디어는 미래의 남편 될 사람이 동의를 해야 가능한 것들이지만 말이다.


그 아이디어는 이를테면,

1. 신부가 슈트를 입고 신랑이 드레스를 입는다.

2. 드레스를 입은 신랑이 아버지의 손을 잡고 입장한다.

3. 내가 해리포터 덕후이므로 연회장은 <해리포터> 속 대연회장 콘셉트로 꾸민다.   


등인데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것 같으니 이 정도만 이야기하겠다.


이와 더불어, 결혼식에 쓰일 모든 음악은 내가 직접 엄선할 계획인데 그중 한 곡은 단연코 <Hymne A L’amour>가 될 것이다. 이 곡을 결혼식에 쓰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벌써 몇 년 전의 일인데 아직까지 그 마음에 변함이 없다.




불어인 “Hymne A L’amour”는 ‘사랑의 찬가’라는 뜻으로, 제목답게 그 가사 역시 헌신적인 사랑을 노래하고 있다.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 가사가 아주 맘에 든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결혼식이라는 날에는 제법 적합하다고 보인다. 이 곡은 본디 프랑스의 유명한 가수 에디트 피아프(Edith Piaf)가 연인 마르셀 세르당(Marcel Cerdan)에 대한 절실한 마음을 담아 부른 노래다. 그녀가 사랑했던 연인 세르당이 그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인해 세상을 뜨게 되고 그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비탄에 잠기지만 이후 그에 대한 자신의 진실한 사랑과 비애를 노래에 담아 표현하였으니 그 가사가 자못 극단적인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하다.

그 가사는 이렇다. (네이버뮤직에 등재되어 있는 번역 가사를 가져왔다.)



푸른 하늘이 우리들 위로 무너진다 해도

모든 대지가 허물어진다 해도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주신다면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사랑이 매일 아침 내 마음에 넘쳐흐르고

내 몸이 당신의 손 아래서 떨고 있는 한

세상 모든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당신의 사랑이 있는 한

내게는 대단한 일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만약 당신이 나를 원하신다면

세상 끝까지라도 가겠어요

금발로 머리를 물들이기라도 하겠어요

만약 당신이 그렇게 원하신다면

하늘의 달을 따러, 보물을 훔치러 가겠어요

만약 당신이 원하신다면

조국도 버리고, 친구도 버리겠어요

만약 당신이 나를 사랑해 준다면

사람들이 아무리 비웃는다 해도

나는 무엇이건 해내겠어요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나와 당신의 인생이 갈라진다고 해도

만약 당신이 죽어서 먼 곳에 가 버린다 해도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면 내겐 아무 일도 아니에요

나 또한 당신과 함께 죽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우리는 끝없는 푸르름 속에서

두 사람을 위한 영원함을 가지는 거예요

이제 아무 문제도 없는 하늘 속에서...

우린 서로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이러한 애절한 사랑의 찬가인데, 사실 나는 첼리스트 고티에 카푸숑(Gautier Capuçon)이 노래 없이 첼로로 연주한 버전을 더 좋아한다. 그가 3년 전 이 곡을 연주하는 뮤직 비디오를 유튜브에 공개하였는데, 그 영상을 보자마자 어찌나 감동받았는지 한동안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에도 몇 번씩 그 영상을 보며 음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프랑스 파리의 전경을 배경으로 첼로를 연주하는데 음악도 좋지만 그에 못지않게 영상미도 참 좋다. <Hymne A L’amour>의 첼로 선율과 함께 흐르는 영상 속에서, 파리의 아침에서 밤으로 넘어갈 때와 에펠탑에 조명이 켜질 때에는 심장에 작은 전율이 일면서 코가 시큰해지기까지 한다.


이와 같이 내 가슴에 전율을 일으킨 사랑의 찬가가 하객들의 가슴에도 떨림을 전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곡을 골랐다.




오늘은, 함께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모든 신랑신부들이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나가길 바라며 이 곡을 바친다.






Gautier Capuçon이 연주하는 Hymne À L'amour 유튜브 영상을 첨부한다.♪


원곡인 Édith Piaf가 노래하는 Hymne  À L'amour의 유튜브 영상도 첨부한다.♪

*작곡 Marguerite Monnot / 작사 Edith Piaf



사랑꾼 샤갈의 애정이 묻어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 <The Birthday> by Marc Chag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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