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도 따뜻한 음색과 사랑스럽고 경쾌한 두 연주자의 케미로 무척 즐겁고 만족스러웠던 Alexandre Tharaud (알렉상드르 타로)와 Jean Guihen Queyras (쟝 기엔 케라스)의 듀오 공연.
음향 설계가 좋은 공연장이어서였을까, 아니면 선곡이 탁월해서였을까. 솔직히 대단한 기대를 품고 가지는 않았던 공연인데 기대 이상으로 매우 황홀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듣는 이로서, 특별히 의도하거나 의식하지 않았음에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심각 혹은 진지한 감상에서 벗어나, 홀 안을 메우는 음악의 날갯짓에 몸을 맡긴 채 바람 타고 동산 위를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마냥 즐겁게만 듣고 온 클래식 음악 연주회인 것 같다.
특히, 나는 Poulenc의 프랑스 모음곡 연주가 가장 좋았다. 이 모음곡이 연주되는 약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열여섯 소녀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게다가 케라스의 따스한 음색이 가장 돋보인 곡이기도 하여,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도 이 모음곡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어진 브람스의 소나타 op. 38은 앞선 풀랑크 곡과는 360도 다른 반전 음색과 분위기를 드러내며 다채로운 감상을 선사했다. 방금 전까지 그토록 예쁘고 낭랑하게 연주하던 사람들은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묵직한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2부의 드뷔시 소나타 L. 135는 가장 기대했던 곡이지만 아쉽게도 이 공연에서 연주된 곡들 중 가장 매력이 없었다. 쇼스타코비치의 소나타 op. 40 또한 내 취향의 해석은 아니었으나 흥미롭게 잘 들었다.
2부의 해석 및 연주는 1부의 것보다 비교적 덜 매력적이긴 하였으나, 전반적으로 즐겁고 순수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연이었다. 다음에도 이 조합으로 또 공연하면 좋겠다. 즐겁고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