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발레의 정수 <지젤 Giselle>

by Daria



국립발레단의 <지젤>을 보고 왔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수석무용수(에투왈 étoile)인 박세은 발레리나를 지젤 역에 초청하여 세간의 관심을 끈 공연이었는데, 나도 박세은 지젤 회차에 예매 시도를 하긴 했으나 피켓팅에서 장렬히 전사하였고, 무엇보다 난 국립발레단의 조연재 발레리나를 무척 좋아하는 연재리나 팬이라 조연재 지젤, 박종석 알브레히트, 한나래 미르타, 변성완 힐라리온의 회차로 예매를 했다. 연재리나의 실력이 좋은 건 알고 있는 바이지만 역시나 이 날 <지젤> 공연에서도 그녀의 실력과 매력은 반짝반짝 빛났고, 공연에서의 아쉬웠던 다른 부분들을 상쇄시켜 줄 만큼 좋았다.


<지젤>은 클래식 발레이자 로맨틱 발레답게 낭만적인 감성과 “예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들 중 하나인데, 특히 1막에서의 경쾌하고 화사한 시골 마을의 분위기와 2막에서의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대조를 이루며 더욱 풍성한 감상과 재미를 선사한다. 게다가 1막에서는 페전트, 2막에서는 윌리들이 각각 대조적인 매력의 군무를 관객에게 펼쳐 보인다는 것도 <지젤>의 소소한 매력 요소이다. 이처럼 <지젤>은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점이 많은 작품인데, 소프트웨어 측면, 즉 줄거리를 보자면 정을 주기 퍽 어려운 작품이라고도 이야기할 수 있겠다. <지젤>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알브레히트라는 귀족 청년이 약혼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실을 숨긴 채 시골의 순진한 처녀 지젤을 농락하였고, 배신감과 충격에 휩싸인 그녀는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고야 말았으며, 바보 같은(?) 지젤은 죽어서도 알브레히트를 용서하고 구원한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지젤이 환생을 한다거나 어떠한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다. 죽은 자는 그렇게 말이 없을 뿐…. <지젤>을 보며 화날 수밖에 없는(=정을 붙일 수가 없는) 이유 첫 번째는,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알브레히트가 너무 못된 놈이라 할 말을 잃을 지경이고, 서브 남주인 힐라리온 역시 도움이라곤 안 되는 인간이며, 둘째로는, 지젤은 웬 착한 아이 콤플렉스라도 있는 건지… 죽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이 모든 일의 원흉인 놈을 구원까지 해 주는 모습이 참으로 답답하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했듯 극의 분위기나 안무 등은 참 매력적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는, 2막에서의 지젤(조연재 발레리나)의 아름다운 독무가 매우 인상 깊었다. 공연을 다 보고 나온 후에도 친구와 입을 모아 그 장면을 언급했을 정도로 연재리나의 2막 독무는 무척 아름다운 하이라이트였다. 조연재 발레리나 회차를 예매한 것에 대해 조금도 후회가 없었을 만큼 그녀의 퍼포먼스는 만족스러운 감상을 안겨 주었다. 반면, 1막의 페전트 군무는 어수선한 모습이 다소 실망스러웠고, 알브레히트의 1막 퍼포먼스 역시 어딘가 아쉬운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2막에서의 알브레히트는 1막과 뚜렷하게 달라진 기량으로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며, 2막 윌리들의 군무 또한 충분히 아름다워서 만족스럽게 공연 감상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음 <지젤>은 프랑스 파리에서 파리오페라발레의 정통 방식의 공연으로 보고 싶다. 2026년에, 기왕이면

오페라 가르니에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이토록 많으니, 이토록 귀한 삶의 하루하루에 감사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커튼콜 때 촬영한 사진.


연재 지젤!


겨울 날씨임에도 아직 단풍잎들이 남아있는 예술의전당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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