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피아노 리사이틀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찾은, Krystian Zimerman(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2026 독주회의 황홀했던 기억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사실 2022년 독주회에서 지메르만이 보여준 연주는 물론 아주 훌륭하고 감동적이었으나 좌석 운이 별로 안 좋았던 것인지 몰라도 대단히 감명 깊지는 않았던 터라 이듬해 또다시 열린 2023년 내한 독주회 때는 참석 동기에 그다지 불이 붙지 않아 관람을 고사하였다. 그 후 한동안 내한 독주회는 없었고, 2026년에 이르러 오랜만에 이번 독주회가 열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공연은 사전 프로그램 공지도 없었고, "당일에 오시면 알려드립니다~" 식의 진행이었던 터라 또다시 나는 공연 참석 여부를 두고 고민을 하였으나 결국 지메르만의 (지난날 아쉽게도 느끼지 못했던) 명연주를 감상하고 싶어 예매를 결심했다. 수많은 동기들이 작용하여 결국엔 이 연주회에 가도록 최종 결정을 내렸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제법 운명적으로 느껴졌다. 왜냐하면 금년도 연주는 정말이지 너무나도 황홀하고 멋진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음악'이라는 이토록 아름다운 것이 존재하는데 삶이 가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있겠나, 이 앞에서 고통이나 번뇌 따위란 참으로 무상하기 그지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음악의 시간이었다. 비통하게도 내 왼편에 앉은 남성 관객의 시종일관 관객 매너 없는 모습으로 방해를 받기는 하였으나 일부러 그를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아 버렸더니 오히려 음악이라는 은하수를 타고 거대한 상상의 우주를 유영하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여러 가지 Preludes(전주곡)로 구성된 공연이었던 만큼 다양한 작곡가의 매우 다양한 여러 곡들이 연주되었다. 그 수많은 곡들 사이에서 오늘 공연의 최고의 곡이랍시고 감히 한 곡만 고를 수 없을 정도로 모든 곡들이 빛났고 매력적이었다. '지메르만이 지메르만했다'라고 할 정도로 연주곡들은 지메르만의 색깔을 쓴 채 각자의 위치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는 힘껏 반짝반짝 빛났다. 지메르만의 음색을 드러내면서도 지나치게 해석적이지 않고 그 와중에도 예술의 미덕인 아름다움을 결코 잊지 않은 소리였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이다. 한 치의 오차 없는(미스터치 없는) 연주는 아니었으나 음악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가히 흠잡을 데 없는 명연주였다고 생각한다. 특히 마지막 라흐마니노프 Bell은 관객들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기에 아주 훌륭한 선택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들기 직전까지도, 다음날 출근해서도, 지메르만의 여운은 내게서 떠나갈 줄을 몰랐다. 공연에서의 감동으로 이토록 길고 긴 여운에 잠기는 경험이란 무척 황홀하고 즐겁지만 흔히 발생하는 일은 아닐진대, 오랜만에 그것을 경험하여 기분이 참 좋다. 내년에도 또 내한 오시면 좋겠다. 아니면 내가 유럽에 살고 있는 시나리오여도 좋고. 후자이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