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The Met 로버트리먼 컬렉션

by Daria



2025년 대한민국은 마치 인상주의 미술의 해이기라도 한 것처럼 정말 온 미술관에서 너도나도 인상주의 작품 전시회가 열렸다. 보고 또 보아도 좋은, 멋진 작품들이지만 솔직히 조금 당황스러울 만큼 여기저기 온 동네가 '인상주의'라는 문구로 가득한 한 해였어서, 보통 한 전시를 두 번 이상 가는 편인 내가 작년 전시들은 죄다 한 번씩만 보고 말 정도였다. 그러나 구시렁거리면서도 동네방네 인상주의 전시들을 참 성실히도 찾아다녔다. 이 전시 또한 '인상주의' 키워드를 내건 전시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으로부터 공수해 온 로버트 리먼 컬렉션이다. 로버트 리먼 컬렉션에 대한 내용은 바로 아래에 첨부한 전시안내문 사진에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란다.




전시는 Robert Lehman(로버트 리먼)이 Salvador Dali(살바도르 달리)에게 의뢰한 작품이자 달리가 베르메르의 원작을 오마주한 작품인 <레이스를 뜨는 여인>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이 작품은 언뜻 보면 달리가 그렸다고 추측하기 어려울 만큼 달리의 개성이 단번에 드러나지 않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달리 특유의 붓터치가 엿보이고, 무엇보다 베르메르의 원작과 비교하여 달리의 작품 속 여인이 조금 더 신경질적이고 광적으로 느껴진다. 같은 것을 그려도 화가마다 집중하는 포인트들이 저마다 다르다는 점은 언제나 흥미롭다. 같은 작품을 보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장소로 여행을 가더라도 나와 다른 사람이 흥미를 느끼는 지점이 모두 다 다른 것처럼 말이다.




전시 초입부터 다수의 누드화들이 이어졌다. 이 시기를 대표하는 화가들이 그린 누드화들, 특히 이 전시장에 걸려있는 누드화들은 아름답고 이상적인 여성의 육체를 묘사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 모델 개개인의 인간적인 본질을 표현하기 위해서 또는 인체의 살갗에 부딪힌 빛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의, 이전의 지극히 남성중심적인 목적과는 다소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여 그려져 있어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그림을 탐구하듯 감상할 수 있었다.






전시를 보다가 인상적인 그림이 나타나면 사진으로 남겨두곤 하는데, 아래 그림은 사실적인 질감 표현도 좋았고, 그림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경쾌하여 좋았다. 그림 속 커플을 보면서 "좋을 때다...호호" 하고 생각했다. 나는 저런 설렘과 도파민을 느껴본 마지막 때가 언젠지...?


<가면 무도회 참가자들 Masqueraders> by Raimundo de Madrazo y Garreta



페가수스와 벨레로폰을 그린 르동의 이 작품은 페가수스를 아주 멋지게 표현한 점과, 페가수스로 상징되는 도약과 상승, 자유, 힘의 이미지를 통해 그림으로부터 전해지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좋아서 찍어 두었다. 그림 속 벨레로폰의 모습은 추락의 순간이 아닌 도약의 순간으로 묘사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는 듯했다. 오, 물론 명암 묘사도 멋지고 말이다.




Vuillard(뷔야르)의 다음 말은 꽤 철학적으로 다가온다. 감각을 통해 세상을 느끼고, '감각의 창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며, 관계 속에서 의미를 지닌다는 뷔야르의 한마디는, 결국 우리가 감각기관을 통하여 받아들이는 세계의 모든 것은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통해서 재편성되고 해석되어 최종 모습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고, 그에 사용되는 사고와 인식이란 것은 한 인간으로서 집단 내외 다른 인간들과 수없이 얽혀있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학습하며 형성된 것이라는 점, 결국 우리는 근본적으로 관계를 벗어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점을 모두 담고 있는 듯하다.




Renoir(르누아르)의 <피아노를 치는 두 소녀>는 총 네 점이 존재하는데, 그중 두 점이 우리나라에서 전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그중 하나이고 말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리먼 컬렉션의 이 작품은 다른 세 점에 비하여 조금 더 차분하고 정교한 느낌이 든다.




보기만 해도 고요와 평화가 느껴지는 이 풍경화는 여름의 저녁을 연상시킨다. 그림 속 분위기가 무척 마음에 들어 찍어 두었을 것이다.




이 그림 또한 나의 향수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나는 꽤 여러 번의 이사를 경험해 왔는데, 그중 한 동네에는 집 인근에 호젓한 산이 하나 있어 햇살이 서서히 낮게 내려오기 시작하는 오후가 되면 운동 삼아 자주 오르곤 했다. 수풀 사이로 비치는 따뜻한 햇살이 흙 위로 아름답게 흩뿌려지던 그때 그 산길의 모습이 이 그림을 통해 추억처럼 떠올랐다.



영민하게 계산된 듯한 특징 때문에 좋아하는 Cezanne(세잔)의 그림들 중 하나인 <자 드 부광 근처의 나무와 집들>이다. 이 작은 그림에도 역시 세잔의 화풍이 아주 잘 드러나 있다.




이 자그마한 그림 또한 Gogh(고흐)의 화풍이 잘 담겨 있어서 참 좋았다. 그림만 보아도 어디선가 산뜻한 미풍이 두 뺨을 간질이고 연약하지만 씩씩하게 지저귀는 새들의 정다운 수다가 들리는 것만 같다. 바닥에서는 싱그러운 초록풀들이 힘차게 자라나며 따뜻한 계절이 왔음을 내게 알려주는 것 같고 말이다. 고흐의 붓질에는 남다른 생명력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Seurat(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그것을 완성하기 위한 습작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다.



나는 Chagall(샤갈)을 무척 좋아하는데, 이 그림은 어쩐지 샤갈의 그림을 떠올리게 하여 눈길이 갔다. 계속 들여다보니 꽤 종교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듯하였으나 비종교인인 나로선 종교적인 관점은 배제하고 순수하게 그림 그 자체에 몹시 매력을 느꼈다. 이 그림은 나로 하여금 샤갈뿐만 아니라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속 한 장면도 떠올리게 만들었다.




아직도 여전히 런던을 몹시 그리워하고 있는 나는 이 그림을 보자마자 런던이 떠올랐다. 언제나 마음만은 런던에 있는 나.... 안 그래도 런던에 다시 갈 구실을 만들기 위해 작년에 영국의 한 기업 채용에 지원했다가 면접 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언제나 늘 그리운 런던이여.




사진으로 남겨둔 모든 작품을 이 글에 게시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찍어둔 작품 사진들 중 다른 장르에 비해 풍경화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을 보면 이번 전시에서는 유난히 나를 사로잡은 풍경화들이 많았던 듯하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양질의 좋은 작품들이 많았어서 정말 다른 이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시작은 '또 인상주의?'였지만 말은 그리해도 인상주의를 비롯한 신인상주의, 상징주의, 표현주의, 야수파 등등 그 시기의 미술들은 거부할 수 없이 매력적이다. 더군다나 이 전시는 좋은 작품들을 알차게 들여온, 분명히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양질의 전시였기 때문에 더더욱 즐거운 미술 감상의 시간을 보냈다. 미술(뿐만 아니라 예술)을 통해 작가의 세계를 느끼고, 그를 통해 나의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틈만 나면 전시회를 기웃거리는가 보다.

"위대한 예술은 나만의 기쁨에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더 많은 사람이 그 아름다움을 누릴 수 있도록 기회가 주어져야 합니다."라며 이토록 양질의 우수한 예술작품들을 함께 나누어 준 Robert Lehman에게 깊은 감사를 전하며 이 전시 감상기를 마친다.




하늘이 정말 비현실적일 만큼 새파랗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오면 거울못 사진은 안 찍고 지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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