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ria Nov 14. 2023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 마이요를 만나다.

S. Prokofiev | Romeo and Juliet, Op.64



프로코피예프의 음악 중엔 독창적이고 매력 있는 재미난 곡들이 꽤 있는데 그중 하나로써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 Op.64> 중 ‘기사들의 춤’도 꼽아볼 수 있겠다. 모두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로맨스 희곡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하여 쓴 이 발레 음악집은, 물론 안무와 함께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이겠지만 무용 장면 없이 그저 음악을 듣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곡집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기사들의 춤’은 많은 사람들이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로 매우 특징적인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데, 보통 무도회 장면을 떠올릴 때 기대하는 예쁘고 낭만적인 분위기로 시작하지 않고 장중함과 대담함의 압도적인 분위기로 시작하는, 재미있는 곡이다. 물론 이뿐만 아니라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에서부터 ‘로미오의 바리아시옹’, ‘사랑의 춤’으로 이어지는 곡들 역시 낭만적이면서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나는 평소 로맨스 장르를 딱히 좋아하지도 않는 데다가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에 별 흥미를 느끼지도 않지만 그런 내게도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은 어쩐지 재미있다. 감흥 없는 스토리에서도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인 걸까나. (물론 무용과 함께 보면 훨씬 재미있습니다.)




발레는 고작 연 1~2회 정도 보는 ‘발알못(:발레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인 내가 고전 발레도 아닌 모던 발레를 보게 됐다. 늘 고전발레만 보아왔던 나로선 사실 모던발레가 어떤 차이점을 지니는지에 대해 무지했고 그저 “프로코피예프의 발레 음악 <로미오와 줄리엣>을 바탕으로 한 무대”이며, “유명 안무가 마이요의 대표 격 작품”이고, “유명 발레단인 몬테 카를로 발레단의 내한”이라는 키워드에 마음이 동하여 예매를 하였다. 과연 마이요(Jean Christophe Maillot)의 극 해석은 매우 참신하였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기량 역시 매우 훌륭하였다. 상징적이고 시적인 표현도 많았으며, 다소 에로틱한 안무들도 꽤 있어 관람자에게 다채로운 감상의 재미를 안겨 주었다. 무용수들의 의상이나 무대 연출 또한 기존에 보아왔던 발레 무대와는 달리 색다르고 대단히 감각적인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모던 발레라는 수준 높은 장르를 온전히 소화하기에는 아직 부족했던 것인지 아주 흥미로운 관람을 하지는 못 했다.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라 다소 당황스러웠는데 이 감상이 참신한 경험에서 오는 재미의 형태보다는 기대하거나 예상하지 않은 것의 강요에서 오는 심드렁의 형태에 조금 더 가까웠다. 우수하고 멋진 공연이었다는 것에는 매우 동의하지만 내 취향에 꼭 들어맞지는 않아서, 재미있고 새로운 경험이기는 하였으나 약간 지루하다 여겨지는 순간들도 꽤 있었다. 귀가하여 인터넷으로 맥밀란(Kenneth MacMillan)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영상을 재미있게 시청했다. 아무래도 내 취향은 클래식 발레 쪽에 좀 더 가까운가 보다.




발레 이야기가 나온 김에 주제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한마디 더 조잘거려 보자면, 급격히 한겨울과 같이 추워져 버린 요즘 날씨에 자연스레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발레 모음곡에 손이 가게 된다. 펑펑 나리는 하얀 눈송이가 소복소복 쌓이고, 노란 불빛이 화려하게 반짝이며, 옹기종기 모여 따뜻한 온기를 나누고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절로 그려지는 12월의 풍경. 이러한 12월의 정경에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은 그 흥취를 더욱 돋워주며 환상의 하모니를 이룬다. 연례행사와도 같은 연말에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 관람은 이번 해엔 건너뛰려고 한다. 그렇지만 모음곡은 오디오가 닳도록 들어줘야지!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서 행복하고 따뜻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전 이 멋진 발레 모음곡들을 또 들으러 이만 가 보겠습니다.








The Royal Ballet(로열발레단)의 <Romeo and Juliet> 중 Balcony Pas de deux 장면 영상을 첨부한다. 매우 아름답다.♬


The Royal Ballet의 <Romeo and Juliet> 중 Dance of the Knights 장면 영상도 첨부한다.♬


Ballet Russe de Monte Carlo(몬테카를로 발레단) (안무 : Maillot)의 아름다운 <Romeo and Juliet> 영상도 첨부한다.♬



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포스터




발코니에서 사랑을 나누는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by Frank Dicksee




안무 :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Jean Christophe Maillot)


지휘 : 가렛 키스트 (Garrett Keast)


연주 : 한경arte필하모닉


무대 : 에른스트 피뇽-에른스트 (Ernest Pignon-Ernest)  


조명 : 도미니크 드리요(Dominique Drilot)


의상 : 제롬 카플랑 (Jerome Kaplan)


음악 :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Sergei Prokofiev)      
매거진의 이전글 내게 영감을 주는 두 존재, 가을과 브람스교향곡1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