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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Aug 17. 2024

<피가로의 결혼>, 그리고 오페라축제..?

W.A Mozart | Le Nozze Di Figaro



뮤덕들이 들으면 서운할 말이지만 나는 뮤지컬엔 그다지 흥미가 없다. 1년에 두어 번 정도 보려나. 그런데 기이하게도 뮤지컬과 여러모로 유사한 점이 많은 오페라는 참 좋아한다. 오페라는 종합예술의 극치라는 말처럼, 내게 있어 오페라는 그 문구 그대로 정말 화려한 예술 작품과 같이 경탄스럽게 느껴진다. 기회만 된다면 자주 보고 싶은 것이 오페라이나, 우리나라에서 오페라를 즐겨보는 일이 그리 쉽진 않다. 우선 국내에서 오페라가 상연되는 빈도수는 다른 장르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며, 그중에서도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운 공연들을 제외하면 관람 기회는 더욱 적어진다. 올해의 오페라축제만 해도 과연 이것을 ‘축제’라 명명하는 것이 옳은 걸까 싶을 정도로 빈약한데 어쨌든 그 와중에 오페라축제 작품 중 하나인 <피가로의 결혼>을 관람했다.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부파(희극오페라)로, 보마르셰의 원작 <피가로의 결혼> 희곡을 바탕으로 다폰테(Lorenzo Da Ponte, 이탈리아의 극작가)가 대본을 쓰고 모차르트(Wolfgang Amadeus Mozart)가 작곡을 하였다. 오페라부파로 분류되는 이 작품은 실제로도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흐름이 매우 익살맞게 흘러가지만 사실 그 내용은 신분제 및 기득권층의 문제를 들춰내어 부당한 사회 현실을 비판하고, 더 나아가 이에 맞서는 평민(혹은 천민)의 모습을 그리고 있어 마냥 가볍고 유쾌하기만 하다고 볼 수는 없다. 곡 하나하나가 매우 출중하고 아름다워 그저 음악만을 즐기기에도 모자람이 없으나 이에 더하여 풍자와 해학이 돋보이는 블랙코미디의 특성까지 갖고 있으니 사람들이 이토록 오랫동안 <피가로의 결혼>을 사랑하고, 또 깊은 의의까지 부여하는 이유에 대해서 절로 공감할 수밖에 없다. 서론이 길었는데, 요컨대 고전 중의 고전이자 명작 중의 명작인 <피가로의 결혼>은 어설프게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간 자칫 평타 치기도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날의 공연은 어떠했는가 하면, 노래는 좋았으나 연출과 연기에 있어 아쉬움이 남는 공연이었다. ‘축제’라는 수식어 때문인지 남녀노소 모두 가벼운 마음으로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오페라를 만들고자 했던 것일까? 그랬다면 차라리 <세비야의 이발사>와 같은 작품을 올리는 편이 더 좋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이 든다. 극의 흐름이 비교적 조금 매끄럽지 않게 느껴졌고 뜬금없는 전환도 꽤 잦은 편이었다. 인물의 감정선도 종종 뚝 끊기곤 하는 느낌이 들었고, 갑자기(?) 찾아온 피날레 후에는 약간 어리둥절한 기분이 들었다. <피가로의 결혼>을 이렇게 DVD가 아닌 무대 실연 감상으로 객석에서 볼 수 있어 참 소중한 기회였지만 아쉬움도 동반한 (약간 어안이 벙벙하기도 한…) 공연이었다. 오페라가 국내에선 주류 장르가 아니다 보니 재정 지원이나 기업의 후원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제작에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이해한다. 그러나 R석가 기준 250,000원에 달하는 티켓 가격을 고려하면 관객으로서 이와는 조금 다른 공연을 기대했을 것임을 알아줄 것이리라 생각… 아니, 바라본다.


커튼콜 때 운좋게 포착한 수잔나와 피가로의 포옹 장면.




이탈리아어로 쓰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내용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영어 자막을 달아준 누군가의 유튜브 영상이 있어 링크를 첨부한다. (약 3시간 분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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