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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ria Aug 11. 2024

피아노 숲의 요정 같았던 임주희 리사이틀

L. v. Beethoven | Waldstein



나도 서른 살의, 이른바 ‘언니’가 되니 어리고 재능 있는데 성실하기까지 한 청년들을 보면 그렇게 흐뭇하고 예뻐 보일 수가 없다. 그래서 그러한 청년이 누구냐고? 바로 피아니스트 ‘임주희’다. 2000년생의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일찍이 음악적 재능에 두각을 드러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이후 줄리어드 음악원에 입학하여 그녀 자신의 재능을 더욱 치열하게 갈고닦아 드디어 학업을 마친 올해, 예술의 전당 무대에서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슈베르트, 베토벤, 쇼팽, 바르톡, 리스트의 다양한 곡들로 구성된 이번 리사이틀 프로그램은 그녀의 기량이 한껏 돋보일 수 있도록 짜인 것 같았고, 실제로 그녀의 연주는 매우 예쁘고 훌륭했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론, ‘서사’를 중요시하는 성향이라 한두 명의 작곡가만을 선정하여 감상이 매끄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구성되었다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감상 취향일 뿐이며, 이 공연은 그녀의 공연이니 그녀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한 의도를 충실히 담아낸 프로그램이었을 테고, 무엇보다도 관객으로서 그녀의 출중한 연주 실력을 느낄 수 있었으니 어쨌든 만족스러운 연주회였다! 이 날 비가 왔는데, 앙코르로 연주해 준 쇼팽의 바르카롤은 비 오는 여름밤의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숲 속 작은 호숫가를 거니는 요정을 연상시키는 연주였다.


+ 웃픈 여담을 하나 꺼내 보자면, 나란히 앉은 내 친구와 나의 옆 좌석 관객이 약 90분간의 공연 내내 방귀를 뀌는 바람에 우리는 느닷없이 방귀 테러를 당해야만 했다. 1부 때는 간간이 방귀 냄새가 전해지곤 했으나 인터미션 후 2부에선 거의 내내 방귀 냄새가 우리의 주변을 에워싸는 지경에 이르렀다. 옆사람이 무안해할까 봐 웬만하면 코를 틀어쥐지 않으려고 했으나 나중엔 도저히 견뎌낼 수가 없어서 2부 공연 내내 머리카락으로 코를 막고 있었다. 새삼 우리나라 사람들의 장 건강에 대해서 진실로 염려되는 밤이었다.


2부 후 커튼콜 중.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연주하는 L.v. Beethoven의 Piano Sonata No.21 in C Major, Op.53 ‘Waldstein’ 영상의 유튜브 링크를 첨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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