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역은 신도림, 신도림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
자리에서 일어나 아까부터 불신지옥을 외치고 있는 분에게 다가간다. 평일에도 종종 뵙는데, 주말에도 부지런히 나오신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보며 못 들은체 한다. 아저씨 레이더에 포착된 스님들은 곤란한 표정이다. 그 때 노약자석에 앉아계신 할아버지 한분이 공공장소에서 좀 조용히 하자고 말한다. 불신지옥 아저씨는 할아버지를 타겟으로 삼았는지, 노약자석으로 다가간다. 나도 내릴 문이 헷갈린듯 노약자 석으로 간다.
"오늘 밤."
혼잣말하듯 읍조린 후 마른 손을 비빈다. 지하철에는 많은 빌런들이 있다. 지하철이 멈춰서자, 넘어지는 척하며 불신지옥 아저씨의 손목을 잡는다. 오늘 밤 꿈 속에서 불신지옥 아저씨는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기대된다.
15살 겨울방학, 할머니는 나의 손을 잡고 할머니의 이야기를 해줬다. 할머니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과 신체를 접촉하면 그 사람은 그날 내가 의도한 꿈을 꾼다. 친구와 싸워 속상한 아이에게는 친구와 오해를 푸는 꿈을, 반려견을 잃고 슬퍼하는 사람에게는 반려견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줄 수도 있다. 우리 고운 할머니는 따뜻한 손으로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꿈을 주었겠지.
그새 부쩍 늙은 할머니는 나의 손을 꼭 잡고 이 일을 부탁했다. 감정이 단순한 본인 아들 보다는 내가 이 일을 더 잘 할 수 있다고 했다.
"할미, 나쁜 사람에게는 나쁜 꿈을 꾸게 할 수 있어?"
"그렇지. 꿈 속에서만이라도 좋은 꿈을 꾸게 할 수도 있고 악몽을 꾸게 할 수도 있지."
"그럼, 할래. 난 빌런들을 괴롭히는 사냥꾼이 될거야."
"우리 강아지는 똑똑하고 바르니까, 잘 할꺼야. 근데 빌런이....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