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부모님 여행 중
엄마 아들 월요일에 기어들어올 예정
집에 혼자 있음
유튜브로 무서운 썰 봤더니 쬐금 무서움
주말 동안 나랑 같이 있을 친구 한분 구함
초대 거절은 사양할게
고등학생인데 애기같다. 무서운 썰 좋아하면서 무섭다고 혼자 못 잔단다. 싫은 척 튕겼더니, 아양을 떨며 맛있는 거 사준다고 꼬신다.
토요일 늦은 오후 시내 카페에서 소현이를 만났다. 나는 레모네이드, 소현이는 아이스연유라떼를 시켰다. 음료를 하나씩 들고 서로 최대한 귀여운 척하며 인증샷을 찍었다. 자리에 나란히 앉아 각자 발굴한 쇼츠 영상을 하나씩 추천, 공유하며 시간을 보냈다. 카페에서 나와 소현이가 저녁이라며 마라탕을 사줬다. 마라탕이 나오는 동안 마라탕집 방문 인증샷을 찍었다. 우리 둘은 부른 배를 두드리며 만족스럽게 소현이 집에 입성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자마자 나는 손 씻으러 화장실, 소현이는 주방에서 손을 씻고 냉장고에서 간식거리를 살폈다.
"우리 엄마가 맛있는 게 해놓고 갔다. 볼래?"
그때 '딩동' 현관벨이 울린다.
"쾅쾅쾅!"
현관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소현이가 한숨을 쉬고 문을 연다.
"아니, 학생. 내가 인터폰으로 얼마나 연락했는지 알아? 하루 종일 쿵쿵 발방망이 소리, 가해자는 모르지, 주말에 뭐 하는 거야! 우리 애 어제까지 야근하고 오늘 좀 자려는데, 너무하네."
화가 난 아주머니는 소현이네 아랫집에 사시는 분이다. 소현이가 방금 집에 들어왔다고 말해도 아줌마는 화를 삭이지 못한다. 화장실에서 둘의 모습을 지켜보다, 오해가 커질 거 같아 내가 카페에서 찍은 셀카와 인생네컷 사진을 꺼내 아주머니에게 보여줬다.
"지금 입은 옷이랑 똑같죠. 휴대폰 사진 누르면 날짜랑 장소 나오는데, 오늘 맞죠?"
머쓱해진 아주머니가 입술을 깨물고 머뭇대며 뭐라 말하려던 그때, 천장에서 쿵쿵 소리가 들렸다.
아주머니는 그제야 기어가는 소리로 미안하다며, 발망치소리 내는 범인을 잡겠다고 쾅쾅 뛰쳐나갔다.
소현이는 어머니가 씻어놓은 샤인머스캣을 옆구리에 끼고 나와 TV로 애니메이션을 튼다. 나도 지붕에 풍선 잔뜩 매달고 여행 가고 싶다, 강아지 멍뭉미 너무 귀엽다, 영화에 푹 빠져 있는데 소란스러운 소리가 밖에서 들린다.
"아니 주말 내내 뭐 하는 거예요. 아랫집 사람 생각도 해야지!"
"아? 아줌마 우리 아랫집 사람이에요?"
"아래아랫집 사람이에요!"
"바로 아랫집도 가만히 있는데 아줌마가 무슨 상관이에요!"
토요일 층간소음의 범인은 소현이네 윗집이었나 보다. 누가 신고했는지 경비아저씨 두 분과 입주민협의회 주민 몇 분도 보인다.
층간소음 가해자에게는 6살, 8살 두 아들이 있다. 아이들은 매트 없는 바닥에서 공놀이도 하고 경찰과 도둑 놀이를 하며 거실과 소파를 방방 뛰어다녔다고 한다. 장시간 중재가 오갔지만 가해자는 자기가 피해자인양 큰 소리를 쳤다. 나는 두 손을 비비며, 가해자의 손을 잡았다.
"저기, 아저씨. 아이들로 있는데 삿대질은 하지 마시고요.
다들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다시 이야기하시면 될 거 같은데, 어떠세요?
제 친구가 너무 무서워해서요."
나는 빙긋 웃으며 친구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늘 밤 발방치 아저씨는 어떤 악몽을 꾸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