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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Jan 25. 2024

내가 영감을 받는 것들

 오늘은 영감이란 것에 대해 가만 생각했었다. 영감을 받아도 그것이 일상을 풍부하게 해주거나 창작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아무리 대단한 작품의 후광이라도 영감의 쓸모는 없을 것이고, 작은 물건이라도 반짝이는 한 줄기 빛처럼 영감으로 쓰여진다면, 그것은 가치 있는 어떤 행위일 거라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영감의 정의중에 내가 찾던 뜻은 다음과 같다. “창조적인 일의 계기가 되는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 그렇구나... 그렇다. 영감은, “창조적인 일”에 쓰여져야 영감이라고 부를 수 있다. 일상에 쓰여지거나, 창작에 쓰여지거나. 

 내가 역시 영감을 많이 받는 장르는 음악이다. 내 것이라 부를만한가 고심했는데, 케이팝은 꽤 오래 들어왔고 애정을 가진 장르인 것 같다. 나는 확실히 케이팝의 팬이다. 80년대 미국팝과 제이팝에서도 어떤 반짝임을 감지하는데, 현대 케이팝은 지금 여기의 것이면서 글로벌하기도 해서 생동감이 넘쳐서 참 좋다. 콘서트에 찾아가는 팬은 아니고, 내 조용한 방에서 큰 볼륨으로 음악을 듣는 샤이한 팬인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케이팝아티스트의 무대를 본다면 대단할 것 같다. 나는 남자아이돌도 좋지만 젊은 여성 뮤지션의 무대를 보면 ... 생명력이란 신비하다고 느낀다. 젊은 여성들이 건강하게 그들을 표현하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내게 아직 그 젊음의 기운이 남아 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 음악과 젊음의 에너지에 전염되는 것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나는 연예인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배우들이나 가수들은 창조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고,  성장의 나이테가 폭발적으로 자라나는 시기를 상상해보면 어딘가 경이롭다. 영화찍기라는 하나의 기나긴 터널을 함께 통과하는 여정을 거치거나... 음악앨범을 만들고 발매하고 무대에 서고 대중의 반응을 얻는 모든 시간들... 옛날엔 설익은 생각으로 연예인들이 뭔가 애틋하기만 했다. 그런데 그들이 대중을 대하는 방식이나 자본주의 생태계 안에서 “선택하고” “선택받고” 다시 말하면 갑과을, 강자와 약자의 존재방식을 횡단하고 수행하며 성장하는 모습에서 많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물에서도 영감을 얻는다. 요즘엔 차분한 우드 색상의 소품을 많이 사고... 중간중간에 위트있는 물건도 구비한다.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생활에 감각을 더하는 일에 내가 더 자연스러워지면 좋겠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무척 소중한 영감이다. 내가 못나서 속으로 친구들에게 불만도 갖게 되지만. 우리가 고유한 개인성을 갖춘 존재들이라는 점이 좋다. 성숙하게 우정을 가꿔가려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행복하다. 예쁜 추억을 만들어 보려고 즐거운 계획을 짜는 것도 행복하다. 생각해보면 행복한 것들이 많다. 친구들과의 추억은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해도 글이 된다. 이 우정을 오래오래 보고 싶어라. 

 옛작업실에서 만난 동료들과의 관계도 영감과 힘이 된다. 예술을, 창조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게... 내가 서툴러서 혼자 투덜대기는 했지만... 작업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앞으로도 서로에게 자극이 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서울에 있는 갤러리 피크닉에서 본 “회사만들기” 전시 때문인지, 기업가정신과 기업문화에도 큰 영감을 종종 받는다. 나는 프리랜서 창작자이고 회사에 소속된 사람은 아니지만, 큰 단체가 어떤 시스템을 갖고 브랜딩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어 내놓는 데에서 발생하는 논쟁이나 이슈들이 흥미롭다. 그리고 거기서 일어나는 사고방식과 그것을 드러내는 언어들이 무척 자극이 된다. 진취적인 태도를 지녔고, 문제 개선을 효율적으로 하고, 긍정적인 가치를 전하고, 실제로 세상과 미래를 바꾸기 때문에. 내 창작의 원리에도 그런 마인드를 도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영감은 창작의 불씨이자 재료이다. 가깝고 먼 곳에 크고 작은 영감들이 존재한다. 나는 잘 휴식하고 나서 영감을 찾아 집을 나선다. 우리는 명료하고 선명한 정신을 위해 어떤 영감을 받아드리기로 마음먹고 영감을 찾아 갈 수 있다. 알지 못했지만 내게 필요했던 영감은, 약간의 행운과 더불어, 내가 구할 때에 얻을 수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도 있는데 그 말이 정말인 것 같다. 책에서, 미술관에서, 박물관에서, 걸어가는 길에서, 산에서, 여행에서, 서울에서, 집에서... 다채로운 빛깔과 모양의 영감들을 찾아 나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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