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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Jan 23. 2024

내 안의 미국여자




“나는 보통 사람이 되는 수업을 듣고 싶다.

 이런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을까?

 나는 평범한 노동자, 전형적인 미국 중산층 시민, 바글거리는 군중 속의 이름없고 얼굴없는 한 구성원이고 싶다.

 당신은 이게 무슨 뜻인지 아는가? 당신도 혹시 그러고 싶은가?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이것이 얼마나 손에 넣기 어려운 목표인지 알 것이다. 이것이 언뜻 생각하기보다 더 어려운 목표라는 사실을. 이것은 밤에 잠 못 이룬 채 인생의 대부분의 순간에 당신의 손을 벗어나 있는 듯한 단순함을 열망하는 마음이다. 겸손한 영혼을 갈망하는 마음, 당신의 기대를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낮춰줄 현실적 세계관을 갈망하는 마음이다. 쉬고 싶은 마음, 당신이 아닌 존재가 되려고 발버둥치기를 그만두고 (이 대목에서 깊은 안도의 한숨이 나온다) 그냥 당신으로 존재하고 싶은 마음이다.”

- 캐롤라인 냅, <명랑한 은둔자> 285p     


지난주 화요일엔 친구 베로니카와 강남역의 장인닭갈비라는 대중식당에서 철판치즈닭갈비를 먹었다. 우리는 이십대 여자들처럼 행복하고 신나게 먹었다. 그날은 기분 좋은 날이었다. 우리는 2차로 커피를 마시고 인생네컷이라는 포토부스에서 사진도 찍었다. 디즈니 만화영화에 나오는 분홍색 노랑색 리본 머리띠를 하고... 십대소녀들처럼 철없이 구는 게 정말 신나는 일인 것 같다.

 수요일엔 애플 명동에 가서 에어팟을 새로 샀다. 한참 자기 트랙에서 달리고 있는 현역 케이팝 여자 솔로 가수들의 댄스노래들로 플레이리스트를 꾸려보았다. 80년대 미국 팝송도 좋아해서 프린스나 레이 파커 주니어, 컬쳐클럽, 런디엠씨 등등의 뮤지션들의 명곡들도 들었다. 제이팝 가수들 중에 윙크도 엄청 좋아해서 (다시 태어나면 윙크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윙크의 댄스뮤직도 또 엄청 듣고...

 휴일에는 친구 생일선물 사러 판교 현대백화점에 갔다가, 내가 예전부터 너무너무 갖고 싶어했던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또즈”의 키링을 한 개 샀다. 루이까또즈는 아무래도 보통의 한국여자, 평범한 여성을 표상하는 어떤 극대화된 사랑스러움이 있다. 메탈릭 소재의 이 하트키링은... 미숙한 이십대 여성이 세상에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을 때 가방에 달지 않을까 싶다. 그 점도 그렇고 그냥 귀여워서 나의 평범한 핸드백에 키링을 달았다.

 최근에 트위터지인들이 나를 특별하다는 칭찬을 많이 해줘서 신나고 기뻤다. 그렇지만 나는 보통의 매력도 아주 좋아한다. 나는 특별한 재능을 조금 지닌 보통사람이다. 내 안엔 루이까또즈 정신과 캐롤라인 냅의 영혼, 그리고 소녀 웬디(미국 대중 다이닝 식당 이름)가 공존하고 있다. 가깝고 먼 세계와 크고 작은 역사들이 내게 물려준 헤리티지이다. 내가 언젠가 정말로 미국을 여행할 수 있을까 궁금하다. 나는 운전을 못하지만 내 주변엔 운전을 할 줄 아는 친구들이 있으니, 낡고 투명한 민트색 수동 캐딜락을 몰고 친구들과 함께 미 서부 횡단 여행을 해보고 싶어라.  

 창작자로서 나는 내 안에 어떤 미국여자가 살고 있다고 상상했다. 그녀는 진취적인 사수자리 여성이다. 음악을 해박하게 잘 아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귀에 꼭 맞는 음악을 잘 찾아 낸다. 그녀가 쓰는 글은 담백하고 철학적이다. 그녀는 소설을 쓸 때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든다. 글을 쓸때 그녀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힌트를 얻기도 하고, 음악들에서 영감을 받기도 한다. 그녀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 인격적으로 완벽한 사람이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자기 삶에 있어 이루고 싶은 것을 이루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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