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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Jan 19. 2024

그릇 만든 날

 좋았던 하루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며칠 전에 독서모임 멤버분이 운영하시는 공방에 다녀왔다. 감사하게도 원데이클래스에 초대해주셔서 흙으로 그릇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J선생님은 먼저 따뜻한 홍차를 내어주셨다. 공방은 아늑하고 포근했다. 다양한 그릇들이 조화롭게 어울려 전시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잠시 후 같은 독서모임 멤버이신 S선생님도 도착하셔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려고 중식을 배달시켰다. 나는 짜장면, J선생님은 짬뽕, S선생님은 볶음밥. 같이 먹으니 더 맛있었던 것 같다. 탕수육으로 부먹 찍먹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부먹으로 결정하고 세 여성은 꾸덕꾸덕한 탕수육고기를 열심히 먹었더랜다. 

 J선생님께선 나에게 아낌없이 주셨다. 점심도 사주시고, 아이스커피까지 사주셨다. 내가 눈치 없이 “전 아이스아메리카노 연하게요!” 라고 말했는데도 나를 귀여워 해주셨다. 이런 분은 오랜만에 뵙는다. 아낌없이 주는 사람. 사회에서 세상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내가 주는 것 만큼 돌려주지 않거나, 서로 할퀴려는 사람들 때문에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J선생님의 호의와 베푸는 마음덕분에 내가 치유 받은 것 같다. 안 그러실수도 있는데, 내게 좋은 시간을 만들어주시려고 (그것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를 만들어주신 J선생님. 감사합니다. 

 우리는 점심 먹던 상을 정리하고 한 테이블에 넓게 떨어져 앉아 컵과 그릇을 만들기 시작했다. 흙을 떼어다 반죽하고 쌓아 올리고 다듬는 과정을 배웠다. 뭔가 만든다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다. 그릇을 만들며 느낀점을 인스타그램에 기록해뒀는데, 기억해보자면, 내 지문이 내 그릇에 물결처럼 흐르는게 재밌었고... 또 그릇의 의미가 “사람 마음의 품”을 뜻하기에 여기에서 작은 철학을 할 수 있었다. 내 그릇을 부모나 타인이 아닌 내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 이 그릇의 주인이 나인 것처럼, 자신의 주인은 나라는 것... 컵은 서툴고 귀엽게 만들어졌다면, 그릇은 소박한 나룻배처럼 만들어졌다. 나는 이 나룻배를 탄 선비라고 생각했다. 강을 흘러 나룻배는 어디론가 갈 수 있다.

 아, 도구에 관한 가르침도 참 소중해서 기록해 둔다. 도구가 너무 많으면 오히려 어렵고 힘들다는 말씀. 자기 안의 것을 백퍼센트 표현하려면 자기에게 맞는 도구를 쓰는 것이 좋다는 뜻일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언가를 만들려면 시간과 애정을 붓는 정성도 필요하고, 과정을 견디는 인내심도 필요한 것 같다. J선생님은 한 공방을 십구년을 운영하셨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글 쓴지 오년정도 밖에 안 되었는데... 오래 예술을 하셨음에도 쾌활함을 잃지 않은 선생님이 대단해 보였다. 하루 수업을 들어 놓고 장인정신에 대한 뭔가 대단한 생각을 한 것처럼 보이진 않을지 부끄럽다. 일기글은 여기서 이만 마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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