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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Feb 28. 2024

일상의 리듬, 평균의 종말, DJ 소울스케이프.

1. 지난해 여름에 엄마랑 같이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다. 비오는 여름 오후였고 우리는 각자 우산을 쓰고 장을 보고 집에 가던 도중에 이런 대화를 했었다. 

 “엄마, 비오고 그러면 센치해지거나 멜랑꼴리해지지 않아 감수성이?” 

 “그런게 어딨냐. 비가 오거나 말거나 날씨가 어떻든 하루에 해야 할 일은 해야하는 거지”

 이 대화를 나누고 나는 엄마가 더 좋아졌다. 그렇다. 어른이 된 사람은 자기 기분을 이유로 하루에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고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엔 자아의 문제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프리랜서 창작자인 나는 삼십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이십대 시절에 통과했었던 공허한 슬픔과 어느 순간 쉬이 작별했던 것 같다. 시간이 약이라더니.  

 작업기간 도중에는 매일매일 외출해서 커피숍에서 글을 쓴다. 일단 집안의 나른한 공기에서 탈출해서 사회인들의 명랑한 기분에 휩쓸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오늘은 양재동의 프릳츠 커피숍에서 새 단편소설의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새 작업은 <어느 수녀들의 만찬>이라는 제목의 재미있는 소설이 될 것 같다. 

 봄이 오는 것 같다. 찬 바람안에서 미묘하게 봄의 다정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 봄바람을 마시면서 커피숍에 도착했고, 산뜻한 마음으로 노트북 앞에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 아침샤워와 외출 그리고 글쓰기, 그 다음에 귀가하는 싸이클을 나는 일상의 리듬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 같다. 리듬에는 반복과 변화가 적절한 구간마다 필요하다. 환경에 변화를 주면서 해야 할 일이라는 내용을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이 리듬을 오래 유지하면서 단편소설과 에세이 단행본원고를 모두 완성했다. 투고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이런 내 자신이 좋다. 행운이라는 운수에 자신을 걸기보다 나 자신의 재능과 열심을 믿었다. 오랜만에 돈을 벌면 ... 가족들에게 맛있는 밥을 사주고 싶다.      


2. 요즘 읽는 책 이야기. <평균의 종말>이라는 미래학, 교육학 책인데 너무 재밌다..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필사해본다. 


 “군에서 그런 파격적 변화를 그토록 신속하게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런 시스템 변화가 지적차원의 문제가 아닌, 시급한 문제에 대한 실용적 해결책이었기 때문이다.”

 “평균적인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당신은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아이도 동료도 학생도 배우자도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다.”

 “당신 자신만의 진정한 고유성으로 삶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당신의 개개인성을 온전히 활용하라.”

 “시스템에 순응하려는 노력은 그만두기로 마음먹고 시스템을 나에게 맞출 방법을 찾아보려 매달렸다.”  

 “이 책의 목적도 당신을 평균의 횡포로부터 완전히 해방시키는 것이다.”

 - <평균의 종말> 중에서     


3. DJ 소울스케이프의 음악이 너무 좋다. 그가 음악을 틀다가 “여러분 슬퍼할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하는 말에 으하하 웃었다. 또 그는 80년대와 90년대의 하우스음악에는 그렇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메시지와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는데 정말 이어지는 음악들이 다 신나고 좋았다. 오는 봄, 삼월의 첫날 그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으러 을지로로 가는데 너무너무 기대된다. 너무 좋아서 팬레터도 쓰고 내 책 두권도 선물로 드릴 예정인데 상상하니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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