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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Mar 22. 2024

작가로서 어떻게 살지 생각하다.

 어제 밤 잠들기전에 핸드폰으로 유튜브 영상 한 개를 시청했다. Big Think라는 채널에 실린 “Elizabeth Gilbert Discusses the Writers' Life”라는 영상이었다.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로 “할 줄 아는 게 글쓰기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 말에 깊이 공감했다. 또 창작과정에 대한 질문에 “호기심이 모든 창작의 출발점이며 그것은 무엇인가 나의 어깨를 두드리는(tab) 것과 같다. 그 두드림으로 시작하여 이해하고 정복하기 위하여 글을 쓴다”라고 말했다. 

 나는 호기심을 누군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으로 비유한 것도 마음에 들었고, 또 무엇인가를 “정복하기 위해” 글을 쓴다,라는 말이 대담한 생각이고 표현인 것 같아 가슴이 설렜다. 보통 정복한다는 것은 힘을 겨루다가 상대나 영토를 소유하게 되는 뜻니까, 글쓰기는 자신이 사랑하는 누군가의 마음을 갖게 되거나 지적 영토를 확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가끔 연서같은 글을 쓸때는 수신인의 마음을 갖기 위해 공격적으로 썼던 것 같다. 또 글을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감성적 그리고 지적 지평이 넓어지는 기분을 느꼈었던 것 같고... 

 그렇게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나인데, 최근 이주일간 카드대금을 어렵게 갚으면서 내 일과 나 자신이 무가치하게 느껴졌었던 적이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보게 된 이 영상이 내게 문제에 대한 실마리를 주었던 것 같다. 글쓰기가 나의 일이라면 나는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주기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해야 하는 것 같다. 

 나는 글을 왜 쓰는가. 내가 “잘 하는 것으로 느껴지는 일”이라서. 일종의 효능감과 자존감, 가치를 느낄 수 있어서. 열심히 해서 결과물이 나오는 일이라서. 가끔 출간계약을 맺고 책으로 출간되는 큰 기쁨을 얻을 수 있어서. 글쓰기 자체가 재미있고 나 자신이 발전하는 느낌이 들어서. “존재만으로 충만하기”같은 힐링 문장은 사실 나한테 큰 의미가 없다. 누군가를 상처주려는 말이 아니라 그것은 당연한 말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존재하고 누구나 거기에서 더 나아가고 더 큰 기쁨과 다른 차원의 삶을 누릴 것인가 하는 것을 선택하고 행동으로 노력해볼 수 있다...

 무엇을 써왔고 앞으로 무엇을 쓸 것인가. 내가 썼던 첫 소설은 여자들의 우정과 흐르는 인생에 관한 소설이었다. 어제 다시 읽었는데 좀 간지럽긴 했지만 나쁘지 않았다. 다음으로 두 권의 재미있는 단편소설집을 냈다. 언젠가 친구들과의 북클럽에서 “독서의 문턱을 낮추는 대중소설을 쓰고 싶다”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말 그 길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다. 자연스러운 유머와 웃음이 담겨 있고 읽기에 쉽고 즐거운 단편소설들을 네 편 더 썼다. 하나의 단행본 원고로 엮어서 여러 출판사들에 투고할 예정이다. 잘 됬으면 좋겠다. 내가 막연하게 추구하는 방향은 80~90년대 헐리우드 웰메이드 영화이다. 그 시대 헐리웃 영화들의 매력적인 대중성,  보장된 퀄리티, 탄탄한 스토리... 그런 작품들 같은 소설을 더 써보고 싶다. 

 작가로서 나의 목표와 전략에 대해서도 생각해본다. 전략이란 말은 나쁜 게 아니다. 돌아가지 않고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진지한 사고방식이다. 일단 새로운 출판사와 단행본 신간 계약을 맺을 수 있어야 하는 게 관건이다. 나는 다방면으로 활동하는 엔터테이너적인 작가는 아니다. 다만 상업소설작가로서 출간과 영상화계약에서 유의미한 성취를 얻는 것이 내가 볼 때 커리어적으로 너무 좋을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마케팅, 홍보같은 일이 분업화가 잘되어 있는 대형 출판사와의 새로운 계약이 너무나 필요하다. 교황님도 말씀하셨다지. “너 자신을 구하라”라고. 나는 일단 열심히 일한 나 자신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경험과 만남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불꽃 아기작가이지만 (으허허) 이십권 정도의 책을 내고 오십대 말에는 은퇴하고 싶다. 그 때엔 손주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귀여운 할머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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