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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Mar 21. 2024

참고문헌이 로맨스영화이면 안될까요

 연애가 하고 싶었다. 연애상대가 생기지 않아 시간이 많은 나는 또 생각했다. 로맨스소설이 쓰고 싶다. 달달하고 사랑스러운. 그러니까 내 말은... 내안의 찐따력 때문에 십년동안 솔로였지만, 이제는 진짜 연애가 하고 싶으며 동시에 작가로서 새 소설을 재개하겠다는 것이다. 

나는 로맨스소설에도 왠지 모르게 막연한 자신감이 있다. 왜냐하면 나는 삼십대 초반 백수시절에 영화를 진짜 많이 봤는데, 당연히 그 목록엔 로맨틱코미디 혹은 로맨스영화도 포함된다. 내게 멋쟁이 이모가 있었다면 굉장한 키치적 미감의 북커버를 달고 있는 할리퀸소설을 읽을 수 있었을 테지만... 나는 이모운이 없었고 대신에 혼자 롬콤무비를 한 시절 엄청나게 흡수했었다. 로맨스소설쓰고 싶은데, 참고문헌이 로맨스영화여도 괜찮지 않을까요? (엄정한 문학주의자들의 눈치를 보며)

 헐리우드 로맨스영화중에서 나의 페이보릿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인데, 그 영화에 관한 글은 여러번 썼던 것 같아서, 오늘은 다른 영화를 말해보고자 한다. 바로 1997년에 개봉한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이다. 시크하고 지적인 매력의 줄리아 로버츠와 백치미가 사랑스러운 카메론 디아즈의 대조가 관람포인트이다. 이 영화의 백미는 아무래도 카메론 디아즈가 바보같은 노래실력으로 남자친구를 위해 무대위에서 음치이지만 최선을 다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일 것이다. 

영화속 어떤 여자가 되고 싶나요, 하고 누군가 묻는다면, 나를 포함 여자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그 순간의 카메론 디아즈가 되고 싶었을 것이다. 음치이지만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여자. 자신을 싫어하는 여자에게까지 무해한 사랑스러움, 그 장밋빛 두 뺨... 나는 그 영화를 곱씹으며 생각했다. 나는 이제까지 내가 누군가의 엑스인 줄만 알았는데, 나도 누군가의 새로운 여자, 결혼할 여자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역시 상처받았던 세월은 없다는 듯이, 새로운 사랑에 빠져 행복하기만 한 여자가 되는 편이 좋지 않을까? 아 정말 너무 좋다... 빨간 내 얼굴이 부끄러웠었는데, 이제는 내 뺨에 홍조가 오래오래 갔으면 좋겠다. 세상 모든 풋내기는 귀엽고, 사랑에 있어 풋내기는 진짜 세상 최고의 귀요미니까. 나도 언제나 풋내기이면 좋겠어.

 헐리우드영화의 스토리라인은 대문자S같은데 비하여 한국 로맨스영화는 일상적인 생활감이 물씬 느껴지는 것 같다. 2001년 개봉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국어학원 강사 전도연과 은행원 설경구가 귀여운 플러팅을 주고받다가 공식적인 연애를 시작한다는 스토리다. 영화 후반부에 설경구가 자기 집에 전도연을 처음 초대하는 장면에서, “집에 온건 당신이 처음”이라고 말하자 전도연이 콧방귀를 뀌는 장면이 있다. (그래도 진짜 처음이면 좋겠다) 장성한 성인들의 설렘에는 풋풋함과 성숙함이 매끄럽게 교차하나보다. 

나는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아 내 소설에 나올 대사 한 줄을 썼다. 남자주인공에게 건네는 여자주인공의 한마디. “너무 능숙하지 마세요”. 너무 능숙하지 마세요. 당신이 과거에 얼마나 사랑을 했고 전소되었었고 상처가 있었건... 조금 서툴러 주세요, 사랑의 마음과 말과 행동에 있어 풋내기가 되어주세요. 

 신이시여. 천지신명이여. 조상님, 요정님 등등이여. 로맨스영화를 참고해서 소설을 쓰는데도 이렇게 떨리고 기분이 좋은데요. 저 올해는 연애할 수 있을까요? 독자여러분은 제 새 소설 기대해주시고, 친구 및 동료분들은 만약에 제가 올해 새 남자친구 생겼다고 자랑하면, 귀엽게 봐주세요. 전 정말 사랑이 하고 싶거든요. 제 마음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어서, 자꾸 화실 그림선생님께 커피숍 점원분께 환경미화어머님께 애교를 부립니다. 저도 머쓱하니까 행운의 남자분은 어서 등장해주세요. 뿌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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