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에서 산 에드워드 호퍼 화집.
새로운 땅의 기회에 대한 부푼 마음, 아메리칸 드림을 지닌 이민자들을 태운 배 같아서.. 인상적이었던 그림.
너무 유명한 뉴욕의 어느 지붕 그림.
너무 좋았던 그림. 처음엔 관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그림에 담긴 깊은 서정과 철학에 눈물이 글썽. 인생이란 뭔지.. 어느 깊은 밤 한 사람의 평범한 일상의 특별한 순간을 신이 발견하고 마음에 담아 둔 것 같다. 여자(관객인 나)는 옷을 갈아입고 있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부드러운 밤바람 한 줄기가 얇은 커텐을 간지럽힌다. 여자는 희망에 부풀어 약속을 준비 중이거나 약속을 마치고 하루를 마감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에드워드 호퍼 화가에게 창문이라는 개념이 큰 의미였다는데 내게는 바람이 그런 것 같다. 세속적인 불륜의 의미가 아니라 자연적 개념으로서의 공기의 흐름인 바람.. 바람은 우리를 간지럽히고 환기시키고 날씨와 계절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게 한다. 바람의 작용을 제일 잘 느끼게 해주는 존재는 나무인데, 나무의 머릿결을 헤치는 바람은 정말 아름답다. 시인에게도 화가에게도 철학자에게도 바람이 이는 나무는 큰 영감일 것 같다.
서울시립미술관에선 "격변의 시대, 여성 삶 예술"이라는 주제의 전시중인데, 다양한 여성 화가들이 자기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좋았다. 시각적으로 아름답지는 않아도 철학적 충격을 주는 작품들도 있었고, 개인 차원에서 더 높은 영혼의 레벨에 도달한 것 같은 작품들도 좋았다. 나는 예술가에게 사회적인 의무를 강요하는 동시대 관객들이 폭력적이고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엔 다양한 예술과 예술가들이 있고, 사회파든 자연주의든 순수미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게 냅둬. 아니면 네가 직접 예술을 하던가.
귀여운 내 가방 뉴 키링들.
새로 산 화이트 와인.. 맛있었다. 조금씩 마셔야지..
우울하고 슬픈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