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디저트의 나날들>을 읽으며

아껴 읽고 싶은 책 중간 리뷰 쓰기

by 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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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끌리는 제목이면 책을 사고 보는 나는, 책장에 책들이 잔뜩 쌓여만 있고 정작 읽는 책은 몇개 없다. 하지만, 다들 그런 적이 있을 것이다. 나와 잘 맞는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신기한 경험을 한적이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서울 가로수길에 듀자미 카페라는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부부가 쓴 책이다. 나는 레시피북인 줄 알고, 달콤한 것을 좀 만들자 싶어서 책을 펼쳤는데 - 어머나! 내가 너무 좋아하는 담백하고 사랑스러운 말투로 베이킹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는 프롤로그를 읽고는 눈이 번쩍 뜨였다. 눈동자가 초롱초롱한 모범생이 되어 (저자)선생님의 말을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기억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프롤로그에 적혀 있는 듀자미 카페에 대한 묘사는, 흡사 영화 오프닝 같다.


"남편은 케이크를 잘라서 예쁜 접시에 플레이팅 하고, 커피를 서빙합니다. 작업실에서 부지런히 케이크를 만들던 저는 잠시 홀에 나가 남편의 모습을 보며 흐뭇해 하죠. 모든 것이 경쾌한 리듬의 음악처럼 맞아 떨어지는 순간, 온 몸이 에너지로 충만되는 것 같아요. 행복은 바로 이런 소소한 순간순간에서 오는 게 아닐까요. 초콜릿과 생크림이 적절히 잘 섞여 반짝반짝 윤이 나게 초콜릿이 만들어지는 순간, 손님들이 맛있게 케이크의 마지막 조각까지 드시는 순간, 그리고 여러분과 책을 함께 볼 수 있는 바로 이 순간도 마찬가지 입니다. 오늘도 나와 남편, 두 친구는 달콤한 행복을 나누고자 합니다. 어서오세요. 그리고 맛있게 드세요."


작가 선생님의 글투가 너무 예뻐서 나는 가슴이 너무 떨렸다. 두 부부가 찰떡호흡이 되기 까지 시간을 쌓아온 것도 부럽고, 남편을 가장 친한 친구로 소개하는 것도 사랑스러웠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거워 하는 사람을 보는게 너무 기분이 좋았다. 본인에게 가장 어울리는 공간-베이커리 가게에서 행동이 자연스러운 분일 것 같았다. 지금은 part1. 의 중반부 까지 읽고 있는데, 벌써부터 좋아서 필사하고 싶은 마음이 몽실몽실 솟아났다. 작가 선생님은 직장생활 없이 전업주부로 사시다가 베이킹이라는 취미를 우연찮게 발견하시게 된다. 그리고 그 취미를 업으로 삼게 되는 과정을 담담하게 글로 전하고 계시다. 베이킹에 대한 성심과 열성, 애정이 잘 드러나 있는데 아주 구체적인 묘사 일 수록 읽는 맛이 난다. 심지어 케이크 이름만 적어 놓으셔도, 나는 그 케이크 이름을 발음 하며 황홀해진다. 애플타르트, 밀페유, 에클레어, 마카롱, 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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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좋아하는 마음'이 시작인 것 같다. 소질이 있든 없든 (잘하든 못하든) 말이다. 저자 선생님은 케이크를 좋아하던 여자였다. 케이크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 데서 부터 베이킹에 대한 열정은 시작되었다. 여기서 생각해보는데,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는 것은 엄청난 축복 같다. 어떤 사람들은 어릴 적에 본인의 적성을 찾는다. 어떤 사람들은 천천히 시간을 두고 재능에 성실함을 더해 대기만성한다. 취미는 취미로만 남아도 가치가 있지만, 업으로 삼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저자 선생님의 새로운 업이 된 베이킹이 취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은 어딘가 내게 위로가 되었다.


"베이킹을 시작하면서 무언가에 이렇게 몰두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스스로 놀랐다.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을 때의 성취감을 어떻게 설명할까? 내게 있어서 베이킹이란 재료를 준비하고, 밀가루를 섞고 오븐에 무언가를 굽는게 끝이 아니다. 향긋한 냄새를 뿜어내며 케이크가 잘 구워지는 동안, 시름과 스트레스 까지 함께 날리는 치유의 한 방법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번 시작한 베이킹은 끝을 봐야했다. 밤새 케이크를 만들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이런 즐거운 일을 왜 이제야 알게 된 거지?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라도 그렇게 찾아 헤매던 내 인생 최대의 숙제였던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한 남자의 아내이자, 한 아들의 엄마로서 살아가시다가 본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뒤늦게 찾으신 셈이다. 나는 이 모든 과정을 읽는게 행복했다.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 행복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좋고 주변 사람들까지 환하게 만드는 능력을 가진 거나 마찬가지다. 르 코르동 블루에 가장 나이 많은 학생이 된 저자 선생님은, 내가 보기에 가장 젊은 정신의 소유자 같았다. 내가 이 책을 좋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뭔가를 손으로 만드는 과정이 나오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을 만드는 것은 뭔가를 감상하고 소비하는 일과는 확연히 다르다. 노동이자 창작인 베이킹.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결과물. 뿌듯함과 흐뭇함까지. 내가 좋아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이란 생각이 들어 더 가슴이 뛰었던 것이다. 그리고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인 내가 마음을 쏟울 수 있는 일을 또 한가지 발견 한 것 같아 더 행복했다. 정말이지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고, 남은 분량이 적어지는게 아쉬워 천천히 읽을 예정이다.


내가 처음 베이킹을 한 때는 모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초코파운드케이크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을 때였다. 난 취미가 갖고 싶었다. 취미란 뭘까. 심심한 시간을 채워주고, 재미도 느낄 수 있고, 사소한 성취감도 얻을 수 있는 일. 혹시 <초콜렛>이란 영화를 본 사람이 있을까? 유명한 영화다. 줄리엣 비노쉬가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인데, 거기서 이방인이었던 줄리엣 비노쉬가 한 마을에 정착하며 초콜렛 가게를 연다. 낯선 이를 경계하던 마을 사람들은 초콜렛을 먹으며 마음의 빗장을 풀게 된다. 달콤한 초콜렛- 디저트, 음식은 그만큼 사람들의 벽을 허물고 어울리게 하는 신비로운 힘을 가졌다. 꼭 그영화 때문은 아니지만, 난 초코케이크를 만들고 싶어 원데이클래스를 들었고, 양손 가득 케이크를 들고 귀가했다. 내가 만든 케이크는 가족들과 나눠먹었다. 조금 글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 다시금 그 <초콜렛>이라는 영화가 궁금해졌다. 오래전에 보기도 했고, 건강한 여자가 뭔가를 만들며 생계를 유지하고 사람들을 이끌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지금 생각해도 정말 좋은 영화인 것 같다.

두번째로 베이킹을 한 때는 이년전 가을 안내데스크 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다. 대부분 상사들이었던 직장분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싶어 베이킹을 시작했다. 어리숙한 막내였던 나를 많이 도와주셨던 분들이라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을 전하기에는 정성이 들어간 먹거리가 최고일것 같았다. 맛이 좋다면 금상첨화였을 것이다. 내가 선택한 디저트 메뉴는 초코 브라우니였다.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고, 마트에 가서 난생처음 베이킹 관련 조리도구들을 샀다. 이년전 일이지만 오븐에서 브라우니를 꺼내던 일이 기억난다. 와. 나도 뭔가를 만들 수 있구나. 그런 기분이었다. 내가 먹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뭔가를 만들고 할 수 있는 사람이었네! 하고 성취감을 느꼈다. 내 자신이 조금 더 괜찮은 - 좋은 사람 같았다. 행복했다. 다이소에서 산 포장지에 브라우니를 포장하며 내내 싱글벙글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평가는 최악이었다. 여자 과장님왈, "맛이 평범하네" 허허.)


우연치 않게 좋은 베이킹 에세이를 만났고, 책을 읽다가 즐거운 기분이 들어서 리뷰를 쓰게 됬다. 돈을 받는 칼럼도 아니지만, 이런 걸 팬심이라고 하는지 아니면 저자 선생님이랑 나랑 통한 것 같은 느낌에 글쓰기가 즐거웠다. 또 하는 말이지만 마음이 들떠서 글의 순서가 뒤죽박죽인데,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 다시 베이킹이 하고 싶다. 내가 만들고 싶은 건 계피가루가 솔솔 뿌려진 달콤한 애플파이, 그리고 상콤해서 미간을 기쁘게 찡그릴 수 있는 레몬마들렌. 얼마나 맛있을까? 내가 만든 디저트를 나도 먹고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다. 아, 내 취미 세상의 첫번째 손님은 어버이날을 맞은 우리 부모님! 그리고 언젠가 내가 누군가의 아내가 된다면 사랑하는 남편에게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에게 디저트를 만들어 주고 싶다! 내가 스스로 행복할때, 주변 사람들에게도 웃음을 전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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