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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Apr 15. 2021

나 자신으로의 여행, 책읽기

셋, 책일기

 늦은 밤에 잠이 오지 않아요. 영지님의 편지를 읽으며, 생각에 잠기게 되요. 밤이고 스탠드의 노란 불빛에 의지해요. 

 어제는 다른 친구랑 즐겁게 놀았어요. 저는 친구가 얼마 없는 사람이지만, 제 곁의 친구들을 모두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영지님의 편지를 읽으니, 어제 제가 친구와 했던 말들이 무척 공허하게 느껴져요. 

 우정과 관계에도 애정이 가지만, 나 자신을 돌보고 가꿀 때 삶이 생동감을 띄게 되는 것일까요? 오늘은 혼자 책을 읽으며 충만했어요. 

 이번에 우리가 이야기 해볼 주제가 여행이라면, 저는 나 자신으로의 여행, 에 대해 써보고 싶어요. 영지님이 피터 한트케 이야기를 해서, 저는 지금 제가 읽고 있는 책 <앞으로 올 사랑>에 나오는 피터 한트케의 말이 떠올랐어요. 

 “피터 한트케는 타인의 뿌리를 뽑는 것은 범죄 중에서도 가장 잔악한 범죄이나 자신의 뿌리를 뽑는 일은 가장 위대한 성취라고 했다” 

 요즘에 저는 변화하고 싶은 마음이 크거든요. 좀더 좋은 방향으로! 그래서 위 구절이 와닿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받아들일 수 있는 품을 지니고 싶고, 동시에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책만 읽으면 이래요. 

 이 구절 앞은 더 좋아요. 환경에 대한 신념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묘사하다가 이런 글이 나와요. 

 “다행히 우리에게는 무엇을 할 힘과 무엇을 하지 않을 힘이 다 있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이 둘을 합하면 능력이다. 그리고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의 관계를 바꾸는 것을 변신이라고 부른다. 무엇을 하는 힘과 무엇을 하지 않는 힘 사이의 균형을 평화라고 부른다. 이 균형을 잡으면서 우리는 자기 삶의 주체가 된다. 이렇게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게 된다. 자신을 알아가게 되는 과정에는 혜성의 꼬리같은 것이 필수적으로 붙는다. 선택과 행동이다.”

 너무 좋지 않나요? 이 글을, 이 책을 읽으면서 눈물이 자꾸 났어요. 울음을 꺽꺽 터뜨렸어요. 저는 정말 정말 제가 읽는 책을 닮아가고 싶어요. 그런데 저는 얼마만큼이나 이 아름다운 말들과 신념들을 닮아 있을까요? 꼭 환경문제가 아니더라도 ... 저는 너무 보잘 것 없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그래도 이 세상에 아름다운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위로를 받아요. 그런 사람들이 있고, 살아간다는 것이 정말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에요. 책을 읽으면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고갈되었던 인류애가 충전되고는 합니다. 

 오롯이 혼자 책을 읽을 때 인류애가 충전된다니, 왠지 역설적으로 들리는데요.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나의 친구들- 영지님과 리밍님은 공감하실 거에요.  

 요즘 집중력이 산만해서 한 자리에서 완독을 하지는 못하지만, 책읽기는 정말 좋은 여행인 것 같아요. 다른 사람의 세계를, 혹은 정말 다른 (다른 나라 혹은 다른 시간의)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이면서, 또 내 안의 무언가를 건들고 나 자신을 만들어 나가는 통로인 것 같습니다. 

 제가 책과 멀어지지 않았으면 해요. 나 자신을 이해하고 좋아할 수 있는 방법이니까요. 

 왠지 오늘은 새벽까지 이 책을 읽어 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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