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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경 Apr 29. 2021

슬픈밤

셋, 책일기

 


 봄비가 토독토독 내리고 있어요. 리밍님과 영지님이 읽은 <시선으로부터>를 언젠가는 꼭 완독할거라 다짐하며, 어떤 책 이야기를 꺼내볼까 하는 생각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제가 오늘 이야기해드릴 책은, 박현주 작가님의 <당신과 나의 안전거리>라는 에세이에요. 이 책은 저자가 운전을 시작하고 살아오면서 느꼈던 일화들과 감정을, 다독가로서 읽어왔던 책들과 함께 풀어내고 있어요. 그러니 이 책에는 저자의 운전자로서의 정체성, 다독가로서의 정체성이 동행합니다. 이 책을 지난 해에 읽었는데, ‘아 나도 운전하고 싶다’ 라는 생각과 ‘아 저 책을 참 읽어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두 분은 운전하신지 오래되었지요? 아마도 이 책이 마음에 드실거에요. 

 저는 처음에 너무 예쁘고 경쾌한 북커버를 보고 책을 골랐었어요.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그 진지한 깊이에 묵직한 펀치를 맞은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이 책을 사랑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저자의 삶에서 느낀 깊은 감정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었어요. 저자는 깃털처럼 가벼운 태도를 지녔지만, 삶에서 겪는 고통들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어요. 제가 눈물을 흘렸던 챕터의 일화는, 제가 여기서 언급하기에 이해력이 부족하기에... 여기서는 인용하고 싶지 않아요. 깊은 슬픔을 함부로 이야기 하고 싶지는 않다는 기분이에요. 다만 언젠가 친구분들이 혼자서 이 책을 읽으며 삶의 고통과 슬픔에 맞붙어 있는 빛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제가 이 책에서 인용으로 이야기 하고 싶은 챕터는... 이별에 관한 챕터에요. 저자가 첫 차와 이별하며 겪은 감정들을 묘사한 구절들을 읽으며, 저는 이 것을 인간관계에 대입해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별에 너무 너무 약하거든요. 저도 .. 저자와 같은 마음가짐을 갖고 싶어서, 이 챕터와 이 문장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졌었어요.      


나의 차, 이 특정한 개체에게 느끼는 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나와 생사를 같이 하는 어떤 물건에. 네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고, 네가 위험하면 나도 위험한 운명공동체의 물건에. 물론 너는 나이 들 것이고, 나는 죄책감 없이 너를 다른 물건으로 대체할지도 모르지만... 너의 생애 주기가 끝나더라도, 너의 영혼이 (만약 있다면) 어떤 폐허의 세계를 혼자 헤맬지라도 우리가 한때 여러 길을 함께 달렸다는 건 잊지 못할 것이다. 그때 느꼈던 강한 연결의 감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애착은 기억과 추억을 남긴다. 그렇게 삶의 한 마디가 맺힐 것이다. 


 저는 사랑이든 우정이든, 주로 버려지고 남겨지고 기다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을 때 너무 슬펐어요. 버리고,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그랬던 것일까요? 저는 떠나는 사람의 마음을 언젠가 이해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떠나는 사람이 남겨진 사람을 기억해준다는 점에서 너무 큰 위로를 받았어요. 

 이상하네요, 삶이란. 삼십몇년을 살아왔지만 상실에는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아요. 친구들은 하나 둘 사라지고, 사랑했던 사람은 떠나고, 나는 혼자입니다. 

 낮에는 진심으로 웃고 밤에는 진심으로 웁니다. 

 인생을 말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이지만, 또 지금 나이에 할 수 있는 말들과 쓸 수 있는 글들이 있겠지요. 말은 아끼고 친구분들처럼 좋은 글들만 단정하게 남기고 싶은데 뜻대로 잘 되지 않네요. 맨날 트위터에다가 서럽다고 징징대곤 합니다. 

 오늘은 왠지 슬픈 밤이네요. 

 - 자경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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