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 책일기
리밍,영지님 안녕!
제 순서가 돌아와서 기뻐요. 제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건 큰 기쁨이거든요!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이전에 제가 독후감을 쓴 책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을 쓴 김신지 작가님의 신작(맞겠지요?)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에요. 너무너무 재밌고 읽으면서 배시시- 웃게 되니까 꼬옥 읽어보셔요. 저는 책 읽을 때 공들여 색연필로 밑줄도 긋고, 색색깔의 포스트잇도 붙이면서 흔적을 남기는 스타일이라 책이 제 스타일대로 변해가고 있어요.(크하하)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셨나요? 누구를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었나요? 어떤 풍경을 오래 바라보았고 어떤 생각에 잠시 빠져 있었나요? 오늘 하루의 인상을 몇줄로 남겨둔다면 그건 어떤 문장들이 될까요?”
음,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으며, 인생을 좀 가지런하게 정돈된 느낌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됬어요. 그러니까 이 말은... 내게 중요하고 안 중요한게 무엇인지 기억하고 싶다는 뜻이이에요! 그러면 내게 하루하루가 더 좋아지지 않을까요?
기록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길러보고 싶어요. 사진으로 그림으로 글로.. 일단 내 기록장은 노트랑 인스타그램이 되겠습니다.
이 책에는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는 방법 , 일하는 자아로서 기록을 활용하는 방법,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기록해야 하는 이유, 에 대해 쓰여 있어요. 너무 나랑 잘 맞는 책인 것 같아 너무 좋은 책인 것 같아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한 장 한 장 읽고 있어요.
“어른은 누구나 낮동안 적당히 잘 지내야 하는 존재들입니다. 순간 내 마음에 일어난 변화는 나밖에 모르는 거에요. 서운했는지, 화가 났는지, 억울했는지, 서글퍼졌는지, 실망스러웠는지, 창피했는지, 그 감정을 알아채야 하는 사람도, 돌봐야 하는 사람도 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안 보이던 내 감정이나 문제가 점점 언어를 갖고 선명해질때가 있지요. 말하는 중에 비로소 깨닫게 되는 마음도 있고요. 일기는 그렇게 내가 말하고 내가 들어주는 대화인셈입니다. ”
이 일상 기록에 대한 챕터를 읽다가 저는 문득, 제가 요즘 격앙된 말들을 하는 게, 서운함에서 빚어진 감정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그리고 그 감정의 저 깊은 속에는 좋아하는 이성에게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요..
이 책을 읽으니, 저보다 더 먼저 감정을 돌보는 방법을 아는 사람에게 배우는 기분이 들어 정말 마음이 기뻤어요.
“행복. 사소할수록 좋습니다. 잘 산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국 좋은 순간들을 잘 기억해두는 일이 아닐까 싶어. 내가 어느 계절에 어떤 순간에 좋아했는지, 언제 조그만 기쁨을 느끼며 웃었는지 선명히 보입니다. 그걸 알고 있다는 건 중요한 일이에요.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자기를 챙기며 산다는 건, 스스로를 조금 더 자주 웃게 해주는 일일 테니까요.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가는 계절의 저녁공기가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고, 비 내리는 날 창문을 열어둔 채로 빗소리를 듣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하지만 단순히 적어두는 것만으로, 그 순간들은 제 인생에서 좀더 선명해졌어요. 좋은 순간을 하나라도 주웠다면, 오늘도 잘 살아낸 셈이에요. 나쁘지 않았어요. 우리를 지탱해주는 건 결국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이니까요. 알아채야만 보이는 행복이 늘 곁에 있었다고요. 행복의 순간을 꾸준히 기록으로 쌓은 후엔 무얼 하면 좋을까요? 바로 그 기록이 가리키고 있는 것, ‘내가 즐거워 지는 순간’을 좀더 자주 반복하세요. 그것이 일상을 사랑하는 방식입니다. ”
좋아하는 작가의 시리즈를 읽는 게 재밌어요. ‘흐름’이 느껴질 때. 이전 작품에서 연결되는 흐름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전 책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게 취미: 행복의 ㅎ을 모으는 사람>을 떠올리며 생각해봤어요.
나는 오늘 어떤 순간이 행복했지?
그림책원고를 완성하고 자랑할때 행복했어요. 밖에서 귀가하던 길에 잠바를 벗자, 뜨거운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내 온몸을 껴안아 짜릿한 행복을 느꼈어요... 훌륭하고 좋은 책이라는 분류 보다, 나와 ‘잘 맞는’ 책을 읽어 행복했어요.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깨달아 행복했어요. 설거지를 미루지 않아 행복했어요. 밥을 먹는데 피부약을 쓰라고 말하는 엄마가 아주 약간 귀찮았지만 짜증내지 않고 웃는 얼굴로 엄마를 귀여워 한 내 자신이 행복했어요. 다음 주엔 그림책동료분들과 점심식사를, 글쓰기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할 생각이 또 행복했어요!
그리고 다음 챕터에서 저자는 우리에게 ‘나만의 반복되는 역사를 기록하자’ 라고 말해요. 맞아요, 나만이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함.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건 멋진 일일 수 밖에 없습니다. 내가 나로 살아서 할 수 있는 기록이자, 나밖에 할 수 없는 기록이니까요”
저는 제가 꾸준하게 하고 싶은 기록으로서, 우리 친구들과 하고 있는 이 독후감 프로젝트 외에, 그림을 그리며 느끼는 것들에 대해 짤막한 기록을 많이 많이 남기고 싶어요. 제 그림책 원고에도 쓸 수 있고, 저만이 느낄 수 있었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거든요. 어떤 파동을.. 일으켜 보고 싶어요. 글을 쓴다는 것은, 제 생각에 자신의 느낌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해요. 쑥스럽지만 요즘 저는 제 글이 마음에 들어요. 저랑 닮은 것들을 읽고 보고 그려 나아가면서 저다움을 찾아 나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신기한 거 뭔지 아세요? 이렇게 친밀감이 드는 글이나 그림들을 접하고 있으면 심술쟁이였던 제 마음이 와르르 무장해제 되면서 정화되는 느낌이에요! 나랑 달라서 재밌고 신나는 책들도 좋지만, 나랑 닮아서 혹은 닮아가고 싶은 책을 발견했을 때 너무너무 행복해요. 이 책을 읽으며 제 얼굴에 배실배실 웃음이 끊이지 않았어요. (ㅋㅋㅋㅋㅋ)
그럼 이만 편지를 마칠게요! 우리 요번주 목요일에 베지터리안 레스토랑에서 맛저하는거 너무 기대됩니다!
자경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