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혈당 하늘을 맑게 바꿔보자
우리 아빠는 5월에 환갑잔치를 하시고 그해 8월에 돌아가셨다. 오래전부터 앓고 계셨던 당뇨병으로 합병증이 찾아왔고, 결국엔 너무 이르고 아쉬운 나이에 돌아가셨다. 아빠가 앓고 계시던 병으로 인해 나는 당뇨병은 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반면에 언젠가는 나에게도 찾아올 거라고 예상을 하며 마음을 조리고 있기도 했다.
남편과 나는 3개월에 한 번씩 피검사를 하며 건강을 체크하는데 작년에 혈당이 정상보다는 조금 높다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살짝 긴장했었다. 하지만 육아와 비즈니스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아서 꾸준히 하던 운동조차도 손을 놓고 있었고, 스트레스는 먹는 걸로 풀고 있었다.
이런 하루하루들이 모여 나의 당은 올라가고 3개월 전에 조금 더 올라서 다시 3개월 뒤를 약속했었다. 물론 나의 일상은 변함이 없었고, 그 결과는 당연히 피검사에 나타났다.
내가 성인이 된 이후 최고의 혈당을 찍고 있었다. 물론 아직 경고 수준이기는 하지만 선생님께서 이제는 공복 혈당만 재지 말고 당화 혈색소도 재보자고 하셨다. 그리고 아직 약을 먹지 않아도 될 때 잘 조절해 보자고 하는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아빠로 인해 각오했던 마음 때문일까? 나는 생각보다 놀라지 않았다. 올 것이 왔구나 싶은 마음도 사실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운동을 등한시하고 신나게 쾌락을 허락했던 나의 식욕에 괜한 원망이 깃들기도 했다. 누구를 원망하랴. 다 내가 먹은 것이고, 내가 움직이지 않은 것인데.
자유 의지로 마음껏 즐겼으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한데 괜스레 짜증이 났다.
짜증스러운 마음은 다시 스트레스를 불렀고, 스트레스는 또 야식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오늘 김창완 선생님이 쓰신 책을 읽다가 이 구절에 시선이 멈췄다.
오늘 하늘을 보면서 왜 어제 하늘을 찾고 있는 걸까? 물론 어제 아침 하늘이 워낙 예뻐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이야 있었지만 어제 하루가 행복했다고 오늘도 그걸 찾는 건 좀 어리석은 일 아닌가 하는 생각요. - <찌그러져도 동그라미입니다>, 김창완
나는 점점 건강하지 않은 길로 가고 있는 내 몸을 보면서 왜 어제의 건강했던 나를 찾고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처해있는 이 현실을 직시하고 어떻게 하면 건강해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만 쳐다보며 아쉬워하고 있었다. 마치 어제의 예쁜 하늘이 왜 오늘 보이지 않는가를 원망하는 것처럼.
나는 오늘의 흐린 하늘을 바라보며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으로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야 했다.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며, 오늘 가지고 있는 근육량이 가장 많은 날이고, 오늘을 잘 지켜내야 건강함이라는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남편과 이야기했다. 우리 3개월 뒤에 있을 피검사에서 한결 밝은 결과를 받기 위해서 건강한 식단으로 살아보자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지 말고 쉼으로 풀어보자고.
아직은 말랑말랑한 이 결심이 단단해질 때까지 최대한 실행해 보자고 다짐했다.
이제 더 이상 어제의 건강했던 나를 되찾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과 아쉬움 속에 나를 남겨두지 말고 나와야겠다. 아쉬워할 순간에 스쿼트라도 한 번 더 하자.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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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