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도둑의 손길
평상시와 다름없이 차 문을 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남편이 뭘 찾았었는지 차에 있는 수납박스에 있는 물건들이 죄다 좌석에 꺼내져 있었다. 그걸 동시에 본 남편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오잉? 그렇다면 남편이 아니란 얘기? 당신도 나도 아니면 누구?
그랬다. 밤사이 누군가 우리 차에 올라탔고, 수납되어 있는 것 모두 열어서 하나하나 확인하며 가져갈 수 있을 만한 것을 수색한 것이다.
남편이 생각해 보니 어제 차에서 내리며 차 안의 쓰레기를 정리한 후 문을 잠그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아뿔싸! 원인 제공을 우리가 했구만.
다른 나라도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호주는 살고 있는 동네마다 보험료율이 다르다. 특히 차량 보험 같은 경우 범죄율이 높은 곳에서는 보험료가 비싸고 낮은 곳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우리 동네는 조용한 만큼 저렴한 편에 속했는데 이제는 안심할 수 없는 곳인가 보다.
이 동네에서 산지도 벌써 9년이 다되어 가고 그동안 수도 없이 차량 문단속을 잊고 살았다. 9년 만에 처음으로 좀도둑의 방문을 받아보니 호주의 불경기가 새삼 직격타로 와닿았다.
서로가 힘든 만큼 여유도 줄어들 텐데… 이럴 때일수록 내가 챙길 수 있는 것들을 잘 챙겨가며 점점 차오르는 불안감을 지혜롭게 조절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부디 이 글을 읽는 모두의 하루가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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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