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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May 21. 2022

일상에서 빛나는 나만의 블리스(Bliss)를 찾아보자.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by 정여울

상처를 꿋꿋하게 이겨내는 사람들의 특징은 무얼까. 단지 불굴의 의지만은 아니다. 상처를 극복하는 내면의 힘은 자신도 모르는 면역력처럼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천천히 단련되어온 회복탄력성이다.

회복탄력성을 기르는 일상 속의 길은 뭘까. 나는 그것이 타인의 시선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내면의 희열, 즉 블리스 Bliss를 가꾸는 일상 속의 작은 실천이라고 믿는다. 블리스는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모든 기쁨이다. 시간뿐 아니라 슬픔과 번민, 세상조차 잊게 만드는 내적 희열이 바로 블리스다. 꽃을 가꿀 때 모든 슬픔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고, 음악을 들을 때 모든 번민을 잊는다면 그것이 블리스다.

블리스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마음의 내적 자원 inner resource이다. 일상 속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아기자기한 블리스가 있는가 하면, 작가의 글쓰기나 화가의 그림 그리기처럼 인생을 걸어야 비로소 절실하게 만날 수 있는 블리스도 있다.  -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219p


회복탄력성과 블리스.

나의 일상에는 어떤 블리스들이 빛나고 있을까? 정여울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니 문득 궁금해졌다. 나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친구들이 누군지, 나는 어떤 방법으로 그들에게 생명력을 공급하고 있는지…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 만큼의 운동

-일상 속에 흥얼거리는 노래들

-기록하는 삶을 위한 글쓰기

-사랑하는 이들의 살결에 코 파묻고 채취 맡기(이상하게 생각하지 마시길…)


이렇게 쭉 적어 내려가다 보니 나의 블리스는 예술가에 가까이 가기는커녕 그저 소소하기만 하다. 하하, 나는 뼛속까지 작가? 그런 건 꿈도 꾸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뭐, 나쁘지만은 않다. 그리고 나름 만족스럽다.


그중에서도 요즘 나의 최애 블리스를 꼽아보자면 글쓰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면을 치유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에 유독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좋아하는 마음으로 더 자주 시간을 쓰게 되고, 기록하는 자로서 글을 쓰려고 하다 보니 그저 평범하다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점점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려 마음을 쓰는 나를 보았다.


이전에 어느 강연에서 정지우 작가님께서 글을 쓰는 사람은 인생을 적어도 두 번은 더 사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하고자 하는 말을 적어 내려가기 위해 몇 번이고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고, 사유하고, 그것을 기록으로 남기며 살아가기 때문이라고. 글을 써보려고 노력해본 경험이 있다면 정지우 작가님의 말씀에 많이 공감할 거라 생각한다. 나도 하루를 두 번 아니 몇 번이고 곱씹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고 나니 세상이 분명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예전에는 사소한 듯 똑같은 듯 그냥 지나가는 일상이었다면 지금은 매의 눈으로, 올빼미의 귀로 온몸의 감각을 동원한 채 순간을 마주하고 있었다.


그렇게 가족들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글감을 찾으려 애쓰다 보면 가끔은 타임 스톤을 목에 걸고 시간을 돌려서 조금 더 세밀히 들여다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이 순간만큼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능력이 정말 탐이 난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매력적인 능력인지.

쓰는 자의 삶은 어느 한순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동전도 양면이 있듯 영혼에 새겨 넣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하면, 분명 힘들고 고통스러운 순간도 있기 마련인데 그 어두운 면으로 인해 마음이 무너지지 않게 단단한 코어로 버티고 있는 힘이 회복탄력성이라고 생각한다. 회복탄력성이 강한 사람은 각자 자신만의 블리스로 탄탄하게 중심을 잡고 있는 그 코어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로 인해 역경의 먹구름이 온몸을 휘감는 상황에도 자신을 집어삼키지 못하도록 중심을 지키고 끝까지 버티고 버티어 살아남을 수 있는 거겠지.


처음에는 굉장히 사소해 보였던 나의 블리스도 이제껏 내게 단단한 코어(회복탄력성) 위한 원동력이라 생각하니  보석같이 느껴진다. 없어질까 두려워 금고  깊숙한 곳에 넣어둔 값비싼 보석 말고, 있는  없는  평범하지만  몸에 한결같이 붙어있어 나와 함께 빛나는 그런 보석. 매일 같이  일상을 촉촉이 적셔줄 아침 이슬 같은 나의 블리스, 그리고 소중히 지켜지고 있을 당신의 블리스를 응원한다.


#기록하는삶

#나크작

#독후록

#나를돌보지않는나에게 #정여울


사진출처 : 밀리의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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