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 존경합니다.
킨디의 입학 첫 주는 거의 서바이벌이다. 대부분의 학교가 입학 첫 일주일 동안은 아침에 등교해서 바로 선생님에게 아이를 인계한다. 이때 보면 0학년인 킨디꾸러기들의 모습은 정말 제각각이다. 엄마 아빠 다리 붙들고 엉엉 우는 아이, 주변 공간을 우사인 볼트처럼 뛰어다니는 아이, 장난감에 푹 빠져 엄마 아빠가 옆에 있는지도 모르는 아이, 적응하느라 의기소침하게 가만히 상황을 지켜보기만 하는 아이. 게 중에 우리 2호는 지켜보는 아이에 속한다.
신중히 지켜보다가 가지고 놀 장난감이 마음속에 정해지면 가서 놀기 시작한다. 반 친구들은 2호의 시각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장난감과 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종종 예쁜 여자아이가 있으면 조금 수줍어지며 시선이 떠나질 않는다. 이건 나를 안심시키는 아이의 타고난 본능이다.
그렇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교실까지 등교한 첫 주가 지나고 나니 학교에서 공지가 도착했다. 킨디 아이들이 잘 적응하고 있으니 다가오는 월요일부터 아이들은 정문 또는 후문에서 6학년 선배님들의 손을 잡고 교실까지 등원한다고. 부모님들은 학교 문 앞에서 인사하고 들어오지 마시란다. 그리고 하교 시에는 부모님이 도착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분류해 데려다준다고 했다.
내심 너무 이른 거 아냐? 아직 한창 적응 중일 텐데.... 엄마 아빠가 없으면 불안해할 텐데, 하는 내 마음과는 달리 우리 2호는 아주 쿨~~~~~~내 나게 후문에서 우리에게 인사를 하고 선배님에게 부끄러운 손을 내밀었다. 특히나 어제는 6학년 형아의 손을 잡고 갔는데 오늘은 6학년 예쁜 누나의 손을 잡아서인지 뒤도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수줍은 발걸음을 살롱살롱 옮겼다.
그런데 첫 월요일 하교 시에 뙇 빨간 폴더를 들고 오는 것이 아닌가.
아, 혹시 저것은 숙제인가요? 진정 부모님을 애가 타고 힘들게 한다는 그 숙제란 말입니까.
내 예상은 정확했다. 숙제였다.
아니 딱 집어 말하자면 유치원생인데 숙제가 웬 말이냐고요.
아직 3학년 형아도 받아오지 않은 숙제를 킨디 0학년이 입학 둘째 주 첫날 받아온 것이다.
받아온 월요일은 정신이 없어 패스!! 드디어 오늘 파일을 열었다.
숙제는 종류도 여러 가지, 분기 안에 해야 하는 미션들과, 매일 해야 하는 쓰기, 발음하기 숙제 그리고 책 읽기로 로그북 기록하기까지.
이걸 다 킨디가???? 물론 부모가 챙겨줘야 하는 몫이다.
다행히~ 쉬운 숙제를 하겠다며 샤워를 마친 아이가 신이 나서 식탁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숫자를 1부터 10까지 쓰는데 5분이 걸렸다. 자기 이름 쓰는데 5분. 심지어 S와 A를 쓰는데 5분. 나랑 책 읽는 거 5분.
이 간단한 것들을 하는데 20분이나 걸렸다. 아니 20 밖에 안 걸렸단 말이야?라고 해야 하나?
줄하나 긋고 장난치며 날 보고 웃는다. 첫날이라 장난을 받아주고 다시 숙제로 집중력을 돌려놓는데 상당한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아~ 숙제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다.
선생님들께서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뼈저리게 공감되는 시간이었다.
내일은 조금 덜 인내심이 요구된다면 좋겠다는 헛된 희망을 가져보는 엄마 모드다.
10.02.2026 Tues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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