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100년.
요즘에는 평균 수명이 100세를 웃돈다고들 하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백 년을 훌쩍 넘을 거라는 이야기가 들리곤 합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30년 뒤에는 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갈까요?
오늘 귀한 택배를 받았습니다.
지난달 지인분께서 제가 살고 있는 호주로 출장을 오신다며 읽고 싶은 책이 있는지 물어보셨습니다. 친히 사들고 호주로 오셔서 우편으로 보내주신다면서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웠던지 신세 지는 걸 싫어하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세권이나 부탁을 드렸습니다. 거기에 선물이라며 감동받으셨다는 책 한 권을 더해서 총 4권의 책이 오늘 우리 집에 도착했습니다.
아주 먼 여정이었지요. 한국에서부터 호주 멜버른을 지나 제가 살고 있는 시드니까지 도착하기까지요.
부탁드린 세 권의 책은 시집과 인터뷰 집 그리고 예술에 관한 서적이었습니다.
그중 인터뷰 집은 [디어 마더]라는 제목입니다. 독자가 읽고 자신의 엄마를 인터뷰 할 수 있도록 기자들이 함께 만든 책이라고 합니다.
언젠가 제가 글을 쓰고 싶다. 글쓰기를 배워야겠다.라고 생각했던 계기가 있다고 말씀드렸을까요? 아빠가 돌아가신 후 가장 후회되었던 한 가지. 그분의 인생을 많이 여쭤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엄마에게만큼은 다시 후회를 거듭하고 싶지 않아 부탁을 드렸었지요. 후에 질문을 오가며 인터뷰를 했었는데 이를 통해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어떤 질문을 하고 싶은지를 생각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과, 과연 내가 엄마의 이야기를 어떻게 적어 내려 갈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중 어느 날 책 관련 팟캐스트를 듣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날 당장 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서 찾아봤지만 전자책으로는 출판되지 않았더군요. 한국어 책을 쉽게 살 수 없는 해외에 살다 보니 전자책이 절실한데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할 때 사야 하는 책 목록에 추가해놓고 갈 수 있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처해있던 저에게 지인의 고마운 배려는 이보다 고마울 수는 없었습니다. 그분 덕분에 책을 미리 읽어보고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엄마와 조금 더 상세히 계획을 세우고, 또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설레는 하루를 보냈습니다.
아마도 계획하는 내내 설레는 마음은 겹겹이 쌓이겠지요. 그 쌓인 마음으로 엄마의 인생을 소복하게 담아 적어보려 합니다.
글벗들의 모임에서 한 분이 나눠주신 ‘행복한 여행자’에 대한 마종기 시인님의 글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 엄마는 행복한 여행자로 살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인생에 어찌 행복만 있겠습니까? 모두들 알다시피 희로애락이 공존하지요. 그 안에서 자신이 결정한 수많은 선택들을 살아내고 난 후의 나는 어떠한 여행자였을지…
우리 엄마는 어떤 여행자로 삶을 살아오셨고, 살고 계신지를 물어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행복한 여행자로서 살 수 있으려면 자신과 어떤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지 등도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당신이 살고 계신 그때의 나는 어떤 여행자일지도 참 궁금한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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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