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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Dec 25. 2022

일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



아직도 위로할 말을 찾지 못했습니다.

큰 이모와 조카가 천국으로 떠난 지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우리 가족이 느끼는 상실의 무게는 더 커져만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와 아이를 하루아침에 보내야 했던 사촌동생 부부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암전 된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칠흑 같아 어떤 단어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이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말에 그저 아픈 마음들의 기도를 전해주시라는 답글 밖에 적을 수가 없었습니다.


‘느린 노크’로 인기척을 냈는데도 대답이 없으면 문을 벌컥 열어젖히기보다, 스스로 눈물을 소진하고 슬픔을 말릴 수 있도록 그냥 내버려 두는 것이야말로 참된 위로가 아닐까.  -마음의 온도 by 이기주-


이기주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서 제 마음도 들여다보게 되지만 헤어짐의 아픔을 감당하고 있는 이들의 마음을 더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생의 이별은 어떤 마음으로도 준비되지 않는다고 누가 그랬던가요. 준비는커녕 시간이 지나도 옅어지지 않는 슬픔이 있을 것만 같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이 나이는 조금씩 부모 세대와의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나이이건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저릿저릿해옵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10년이 세 번이나 지난 그때는 어떤가요. 시간이 흐르고 흐르니 소중한 이들과 이별하는 슬픔의 색이 조금은 옅어졌나요? 아니면 계속되는 아픔에 더욱더 짙은 색으로 덧칠하고 있을까요?


가족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단톡방은 이제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는데도 고요합니다. 일 년 내내 시시 때때로 안부를 주고받던 대화들도 12월 22일이 되면서 사라졌습니다.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며 한껏 신이 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나는 미소 짓는데 마음 한 켠에는 회색빛 먹구름이 잔뜩 비를 먹금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듯 가족들의 마음에도 툭 건드리면 와르르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비구름이 머물고 있겠지요.


잔뜩 흐린 하늘을 짊어지고 있으려니 밝게 빛이 나는 크리스마스 장식들 보다는 한 켠에서 이별의 슬픔을 꿀꺽꿀꺽 삼키고 있는 이들이 더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세상에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캐롤 속에서 들리지 않는 그네들의 울음을 위로해주시길 기도 해야겠노라고.

그렇게 조금씩 느린 노크로 인기척을 내고 있으면 언젠가 들리지 않을까… 말로도 꺼내지 못하는 위로가 조금은 가 닿지 않을까…


다시 일 년이 지나고 그때의 나는 또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요?


#위로 #상실 #일년 #기도 #슬픈크리스마스


사진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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