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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Mar 13. 2023

그녀의 용기가 부럽다.

<H마트에서 울다> by 미쉘 자우너

밀리의 서재에 있는 오디오북으로 접한 그녀는 단어 그대로 쿨 했다.

그녀의 책은 내가 오디오 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 했던 첫 책이었다.


나는 읽는 내내 그녀가 부러웠다. 이제 곧 원서로 그녀가 쓴 문장 그대로를 접할 테지만 한국어로 번역된 그녀의 글을 만나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에세이가 내가 정말 쓰고 싶었던 글이라는 것을, 그러나 결코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요즘 내가 왜 에세이를 쓰기 힘들어하는지를 이 작품을 접하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밝게 내보일 수 있는 이야기 외에는 나를, 내 주변을 둘러싼 가족, 환경을 드러내는 것이 힘들다. 어쩌면 할 수 없을 것 같다고도 생각했다.


나는 그녀처럼 솔직하지도, 그 솔직함을 나를 알고 있는 그 누구에게도 발가벗겨 내보이고 싶지 않다. 적어도 에세이를 쓰려면 솔직해야 하는데… 나는 그것이 제일 힘들다.


그녀의 글에서는 모두 다각도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정말 못된 엄마이기도 하고, 또 다른 날에는 세상에서 가장 딸을 사랑하는 엄마이기도 하다. 내가 가진 모든 면을, 내 주변의 모든 면을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녀는 그 용기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에게 입혀주었다.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해 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읽었는데 그녀의 이야기 속에서 나의 모습도, 우리 엄마의 모습도, 성인이 되어갈 내 아이들의 모습도 보여서 울컥 감정이 격해지는 순간들이 있었다.


한국 음식, 문화에 대한 그녀의 설명들은 이 책을 꼭 간직해서 아이들에게 언젠가는 원서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분명 나중에 우리 아이들은 한글로 된 책을 읽기보다는 영어로 된 이야기가 더 이해하기 쉬울 테니 꼭 구비해 놓아야겠다.


적어도 살면서 한 번쯤은 그녀처럼 자신을 적나라하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뭔가 후회가 나의 마음을 에워싸 슬픔에 잠기지 않도록… 늦지 않도록…


엄마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때 더 많은 대화를 주고받아야겠다고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나지막이 다짐해 본다.


#독서기록 #독후록

#밀리의서재 #H마트에서울다 #미쉘자우너 #cryinginhmart


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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