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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un 21. 2023

죽음 이후를 통해 이 순간을 이야기하고 싶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심판]

-베르트랑:<커플로 산다는 것은 혼자 살면 겪지 않았을 문제들을 함께 해결한다는 의미다.>


Anne : 커플로 산다는 것은 ‘살면서 겪게 되는 많은 일들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더 많은 가능성을 품는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혼하고 12년을 함께 살다 보니 제 삶이라는 나무에 혼자일 때보다는 훨씬 더 많은 가지들을 힘 있게 뻗어낼 수 있더라고요. 물론 베르트랑의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중요한 것은 ‘둘이 함께’라는 것이지 않을까요?


-베르트랑:피숑 씨, 당신은 배우자를 잘못 택했고, 직업을 잘못 택했고, 삶을 잘못 택했어요! 존재의 완벽한 시나리오를 포기했어요……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중략)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죠?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형…… 아니, 다시 말해 삶의 형을 구형합니다.

<순응주의 : 상황의 변화나 주위 환경에 잘 맞추어 부드럽게 대응하는 태도나 경향.>

Anne : 누가 이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저 자신조차도 제가 했던 대부분의 선택들이 순응주의의 색을 띠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나온 선택들에는 분명 좋은 점과 아쉬운 점이 있었을 텐데요… 곰곰이 지나온 저의 시간을 따져보면 똑같이 살지 않으려 발버둥 쳤던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아마 생김새도 밋밋한데 내가 가진 색깔조차 밋밋한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재능에 대해서는… 생각이 많아지고 또 복잡해집니다. 저는 아직도 제가 어떤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미로 속을 헤매고 있는 중이거든요.


-가브리엘:피고인 아나톨 피숑을 삶의 형에 처합니다.

Anne : 삶이 형이라니요. 이 부분에서 사실 격하게 통감했습니다.

우리는 삶이 선물이라고 마치 자신에게 최면을 걸듯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지 않나요? 저만 그런가요?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 또는 선물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아니요 때로 누군가에게는 축복과 선물보다는 삶이 크나큰 형벌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까요?

그래서 삶의 형을 선고받음으로 인해 벌을 받음과 동시에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에 공감과 작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아버지는 직물 회사에 다니다 현재 실업 상태, 어머니는 식당 웨이트리스, 형 넷에 누나 둘. 술고래인 아버지는 애들을 두들겨 패는 환경을 이야기하는데 이런 부모 밑에서 성인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단다. 노자의 말에 따르면 고생할수록 덕이 쌓이는 법.
찰리 채플린은 정신병에 걸린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에게 두들겨 맞으며 컸다.

Anne : 험난한 파도와 같은 부모를 만나는 것이 성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도 저을 수도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두들겨 패는 부모를 만난다면 성인이 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이 부모가 되어서 나쁜 행동을 이어 갈 수도, 또는 아주 적은 확률로 싸이코패스가 되는 길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 좋지 않은 부모를 만난 성인보다는 좋은 부모를 만난 성인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심판’을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요?

우리는 언제가 자신에게 죽음의 순간이 닥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모르는 듯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잊어버린 채로 살아가지 않나 생각합니다. 베르베르는 이 책의 주인공인 아나톨 피숑을 통해서 독자들이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며 조금이라도 더 나은 내일을 살아가라는 말을 하고 싶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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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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