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 감기 돌림노래
캔버라 여행이 끝나기가 무섭게 2호가 아프기 시작했다. 여행의 여독이 몰려서 일거라 짐작했었고 다행히 열은 높지 않았다. 약도 잘 챙겨 먹고 잘 나아가나 싶은 지점 1호가 뒤이어 아프기 시작했다. 1호도 가볍게 아픈 듯하다가 갑자기 열이 높아지더니 며칠 동안 약을 먹지 않으면 열이 내리지 않았다. 그동안 2호는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는 듯 보였다. 그런데… 아뿔싸
인생이 마음대로 될 줄 알았더냐 싶게 어제 오후 갑자기 정상 체온이었던 2호가 39도가 넘게 열이 올랐다. 다급한 마음에 부랴부랴 해열제를 챙겨 먹고 아이를 쓰다듬으며 기다리는데 한 시간이 지나도록 열이 내리지 않고 되려 더 올라갔다. 그래서 다른 종류의 해열제를 또 먹였다. 그러고 나서 좀 지나고 나니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뭔가 느낌이 싸했다. 이거 뭐지? 왠지 작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독감에 이어 코로나가 왔었는데… 고열증상이 코로나 아니면 독감이라는 느낌으로 뽝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 했던가.
1호와 2호의 증상이 호전될 즈음 남편과 나의 감기 증상은 절정을 향해 치달아 가는 중이었다. 나도 정상을 향해 치닫고 있는데 2호가 고열이 시작되고 1호도 열이 다시 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감사한 점은 캔버라 여행을 갔던 기간 동안 아프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여행 가서 아프면 놀지도 못하고 더 아쉬운 마음이 컸을 텐데 잘 놀고 와서 참으로 다행이다 싶다.
아이들이 아프니 부모가 아프기는 쉽지 않다.
아파도 골골대는 소리가 입으로 새어 나오도록 놔둘 수가 없다.
나는 엄마니까, 아파도 내 아이는 돌봐야 하니까…
얘들아… 우리 이 감기를 너무 오래 끌어안고 있지는 말자.
정 붙이지 말고 잘 구슬려서 어여 떠나보내자꾸나.
아… 이 순간만큼은 인생 정말 마음대로 되는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