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J Anne Oct 03. 2023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 3주

3주짜리 기간 한정 딱풀 모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2호를 처음에 이틀 어린이집에 보내다 잘 적응을 하고 나서 하루를 더 늘려 일주일에 3일을 보냈다. 그러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을 잘 만나고 돌아와 본격적으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고 나서 선생님과 상의 하에 5일을 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이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린이집에 가서 친구들과 잘 놀고, 잘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이제 비즈니스가 조금씩 자리가 잡혀 가고 있는 시기, 2호 어린이집 선생님께서 한국을 3주 동안 다녀오셔야 한다며 괜찮겠냐고 물어오셨다.


나는 알고 있다. 오랜만에 그것도 5년 만에 가족들을 만나러 한국으로 떠나는 여행에 3주는 너무 짧다는 것을. 우리도 작년에 큰맘 먹고 3주를 다녀왔지만 마치 배부름을 느끼기도 전에 끝나버린 애피타이저 같은 시간이라는 것을. 그것도 입안에 침이 고일 정도로 딱 입맛을 돋울 만큼의 기간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는데… 알고 있는데 사람의 마음은 참 간사하다.


선생님의 고국 방문 때문에 아이를 3주 동안 맡길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나에게는 적어도 3달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히 한 달 반 전에 일정을 말씀하셨는데 시간은 어쩜 이토록 갑작스럽게 다가왔는지 나는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기만 했다. 그렇다고 뭐 별거할 것도 아니면서 괜스레 부산스러웠다.


그렇게 2호와 아주 오랜만에 3주 동안 약속된 24시간 강력 접착제를 얼떨결에 장착하게 되었다.


아이와 함께 한다고 내가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았으며 되려 집에서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늘어만 갔고, 결국 청소와 정리 정돈은 마음을 비워야만 내 연두부 같은 멘탈이 버텨낼 수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거래처들도 일이 줄어드는 시기라 생각만큼 바쁘지 않았다. 그래서 집 근처로 가야 하는 픽드랍은 남편이 해결해 줬고, 나는 2호를 데리고 장거리 픽드랍을 다녔다.


세상이 신기한 2호는 방문하는 거래처마다 잠시 어떤 방법으로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놀 것을 찾아 헤매었고, 나는 코스 중간마다 놀이터를 찾아 아이와 아주 잠깐이라도 시간을 보내야만 아이가 차를 타는 시간을 지겨워하지 않았다.

한 번 집을 나서서 2군데 이상의 코스를 연속적으로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오전과 오후를 나눠서 가기도 했으며, 심지어는 다시 16킬로가 된 아이를 아기띠로 안고 픽업을 갔다가 근처에서 장을 보고 오기도 했다.

차곡차곡 하루하루가 쌓여 일주일이 되고, 오지 않을 것 같던 3주의 마지막 날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일 다시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할 것만 같던 마음이 아이를 다시 어린이집에 보내는 첫날의 마음처럼 울렁거렸다.


엄마에게 뽀뽀하고, 엄마와 함께 놀아야 하며, 엄마가 무엇을 하든 함께 해야만 하는 이 아이와 3주 내내 붙어 있다가 다시 품에서 떼놓아야 한다고 하니 눈앞에 있는데 벌써부터 그리웠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나의 2호여~~

[주정남의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그대’]


아이와 딱풀처럼 붙어 있는 시간 동안 뭔가 특별난 것을 한 기억은 없지만 내 코 끝에 아이의 냄새가 늘 내 몸의 체취처럼 남아 있었던 기억 만은 강렬하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마음이 몽글몽글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만끽하며 남편과 방학중인 1호를 데리고 어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을까 즐거운 고민을 할 거라는 것을 나는 확신한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벌써부터 아이가 그리워지는 달콤 쌉싸름한 이 감정을 잠깐 이나마 글로 적으며 즐겨보련다.


얏호! 내일 뭐 먹지?


#육아 #어린이집 #호주육아 #껌딱지 #돌봄모드 #육아인생

#나크작 #앤크작 #작가앤


매거진의 이전글 선생님이 마음에 안 들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