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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Dec 28. 2023

고양이를 키웠더니 고양이가 되다

반려묘 이야기

한 달 전에 우리 가족에게 새 식구가 생겼다.

이미 아들이 둘이나 있는 나에게 아들들 곱하기 아들들이 되어버렸다. 어쩌면 하나님은 내게 정말 딸을 주고 싶지 않았나 보다. 새 식구가 된 고양이 두 마리마저 형제라니.


그리하여 나는 40 짤 넘은 남편이라 불리는 아들과 나와 배꼽이 연결되었던 두 아들, 그리고 아직 아기 아기 하지만 초특급 말썽쟁이 사내 고양이 두 마리의 엄마가 되었다.


나와 배꼽으로 연결되었던 녀석들로 이야기하자면 3살 차이로 이제껏 2호가 어리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1호는 몸을 쓰며 놀아주지 않았다. 기껏해야 하지 말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정도랄까?


그랬던 아이들이 고양이들과 함께 살면서 닮아가는 걸까? 아니면 2호의 나이가 이제 몸으로 놀아도 될 만큼 차서일까? 대략 2주쯤 전부터 두 녀석이 서로 몸을 부대끼고, 밀고, 당기고, 엉겨 붙어 누르며 놀기 시작했다. 종종 힘겨루기를 하듯이 서로 몸의 한 부분을 맞대고 밀기도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자 하면 영락없이 아기 고양이 두 마리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아직 11주 밖에 안된 우리 집 아기 고양이들은 매일같이 우다다 쇼를 펼치고는 하는데, 이 모습을 매일 보더니 인간 아이들도 같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가끔 누가 고양이인지, 인간인지 헷갈리기도 한다.

엄마 아빠와는 껌딱지처럼 붙어 사는데 형제끼리는 생각보다 데면데면했던 우리 집 배꼽 떼기들.

이제는 서로 부대끼고 살 맞대며 노는 모습을 보니 괜시리 흐뭇하다.


순수한 영혼들끼리의 만남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었으면 했는데, 한 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반려동물이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위생적인 부분을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귀찮음이 더해졌지만 현재까지는 충분히 감내할만한 것 같다.

그저 부디 이 인간 형제와 묘 형제가 서로서로 잘 지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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