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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Oct 06. 2023

따뜻한 아랫목 그리고 프렌치 얼그레이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낮잠 자기 딱 좋은 날씨네.”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책의 마지막에 가 닿았을 때 만날 수 있는 문장이었다.


언제였을까? 내가 햇살 좋은 날, 평화로운 일상 중에서 이 문장을 입에 꼭꼭 씹어 뱉을 수 있었던 마지막 날은.


언제부터인지 베스트셀러 목록에는 마음에 위안을 주는 소설들이 솔찬히 보였다.

내가 읽은 책들 중에도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불편한 편의점’이 있는데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하기도 했고, 재미있어서 이북 리더기를 손에서 놓기 아쉬웠던 적도 많았다.

우리는 왜 이토록 마음에 위로를 주는 소설을 읽는 것일까?


다른 이들의 속내까지는 들여다볼 재간이 없으니 내 속을 찬찬히 들여다보자면 위로를 받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인생 이렇게 힘든데… 누가 날 좀 봐줬으면 좋겠다. 어딘가에서 우울에 절어 있는 내 마음에 달콤한 속삭임을 솔솔 불어넣어줬으면 좋겠다 싶은 마음 말이다.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듯한 소설을 읽고 나면 속이 뜨뜻해져 오는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 뜨뜻해지고는 했는데 나만 그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런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걸 보면.

마치 뱀파이어처럼 생을 반복하는 지은이 다시 생을 반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고 머물게 된 곳, 여기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행복은 내면의 빛이다. 손에 닿을 수 없는 높은 하늘이 아니라 마음의 하늘에서 빛나고 있다. 행복은 이미 우리 마음 안에 있다. 행복은 바로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살아갈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지금 살고 있는 오늘에 집중해야 한다. 한 걸음만 오른쪽으로 걸어도 이미 과거다. 한 걸음 앞으로 걸어도 미래가 아닌 현재다. -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 윤정은

지나간 삶도 아닌, 바로 지금 오늘에 집중하며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

지은을 포함한 등장인물들을 통해 나는 내 마음을 살짝 대신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픈 기억을 지우기보다 살짝 구김을 피고만 싶다는 연자 씨의 이야기에서도 나는 내 부모님의 인생을 그리고 내 지나간 시간을 다시 돌아보았다.


돌아가신 아빠의 마음은 어쩔 수 없겠지만 나도 재하처럼 엄마 손을 잡고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로 달려가 엄마가 기억할 때 너무 슬프지 않도록 구겨진 마음 한쪽을 반듯하게 다려주고 싶다.

나와 같은 마음이 얼마나 많았을지 상상해 본다. 햇빛에 바삭바삭 말려진 티셔츠에서 풀려난 마음 꽃잎들의 춤을 왠지 꿈속에서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상상도 해봤다.


읽는 동안 내내 내가 좋아하는 프렌치 얼그레이의 차 향이 코끝에 맴도는 느낌이었다.

겨울에 온기를 품고 있는 아랫목에 몸을 누일 때처럼 마음이 뜨끈해지고 왠지 꽃향기가 온몸을 감싸 안을 것만 같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시간. 감사했다.


고마워요 지은씨. 고마워요 윤정은 작가님.

덕분에 많은 아픈 마음들이 조금은 위로를 얻으며 살아갈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포함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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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밀리의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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