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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an 25. 2024

삶은 때로 소설보다 거짓말 같다.

[달의 바다] 정한아

달의 바다는 한 취준생으로부터 이야기가 진행된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꼭 기자가 되고 싶어 수많은 면접을 보지만 매번 낙방. 이제 그만 취업은 접고 집안 대대로 운영하고 있는 갈빗집에서 일하라는 할아버지의 엄명에 할머니가 반대 깃발을 들었다. 차라리 새로운 자극이라도 받을 겸 미국 여행을 하고 오라며 경비를 지원해 주셨다.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가 되고 싶은 베스트 프랜드와 함께 나란히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주인공이 할머니께 받은 진짜 지령은 따로 있었다. 바로 미국 나사에서 우주비행사로 일하고 있는 고모를 만나고 오라는 것. 결혼 후 미국에 가서 아들을 낳고 키우다 이혼하여 할머니에게 아들을 맡겨 놓고 미국으로 떠난 고모. 이 고모는 어느 날부터인가 할머니께 편지를 보냈다 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 온 편지에는 달에 기지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어 한동안 아니 어쩌면 영영 지구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편지를 할머니에게 보냈다. 걱정이 된 할머니는 가서 잘 있는지 확인만 하고 와달라며 주인공에게 부탁했다. 진짜 미국에 도착한 두 친구는 고모가 정말 나사 우주센터 안에서 일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한다.


*****여기서부터는 스포 포함입니다. (혹시라도 책을 보고 싶으신 분은 읽지 말아 주세요!)*****


두 친구는 고모가 일하는 곳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 그곳은 우주비행사 정거장이 아닌 우주센터 기념품을 파는 구역이었다. 기념품 가게와 함께 위치한 샌드위치 가게가 고모가 매일 분주히 오가며 일하는 직장이었다. 그리고 알게 된 고모 편지의 진실.


달에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서 지구에서의 삶을 정리해야 한다는 편지 속 고모의 소식은 고모가 폐암으로 아프고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다. 왜 할머니에게 가짜 편지를 썼냐는 주인공의 물음에 고모는 이렇게 대답한다.


"즐거움을 위해서. 만약에 우리가 원치 않는 인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거라면, 그런 작은 위안도 누리지 못할 이유는 없잖니."


고모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죽음이 코 앞에 닥쳐왔다는 진실을 아는 것보다 자신의 딸은 원하던 우주 비행사가 되어 달에 머물고 있어서 보지 못한다는 거짓이 할머니의 마음에 작은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할머니는 매일 달을 바라보며 딸의 안녕을 기도하시지 않을까?


말로만 들었던 '풍요의 바다'와 '맑음의 바다'가 먼 데서부터 눈에 들어왔어요. 달에서 '바다'라고 부르는 지역은 지구의 깊고 푸른 바다와는 달라요. 그것은 조악한 천체망원경으로 달을 연구하던 시절에 관측자들이 달 표면의 어둡고 평탄한 지역을 바다로 오해했기 때문에 비롯된 명칭이죠. 실체가 밝혀진 뒤에도 명칭은 바뀌지 않았어요. -달의 바다 중에서...-


삶은 때로 소설보다 거짓말 같고, 어떤 소설은 삶보다 진실하게 다가온다. 선명하게 보지 못해 바다라고 불렸던 달의 표면을 여전히 바다라고 부르는 걸 보면 우리는 선명하게 꿰뚫어 보기보다는 때로 일부러 초점을 흐리게 하여 보고 싶은 대로 보는 것으로 위안을 얻기도 한다.


“거짓말은 어쩌면 가장 인간적인 수단이 아닐까요. 소설이 세상을 아름답게 해주는 것처럼 말이에요.”

라고 말했던 정한아 작가의 말처럼 우리의 인생에는 종종 하얀 거짓말 꽃들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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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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