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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Jan 04. 2024

작가 권여선, 나는 그를 한국의 발자크라고 부르고 싶다

각각의 계절 - 권여선


소설가로서 인생에 중요한 과제는 자신의 다양한 자아를 통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과거의 나를 용서하거나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것.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이런 것들을 찾아내는 건데, 우리가 자기 자신이라고 다 잘 받아들이는 건 아니거든요. 타인에게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그게 바로, 자기 사랑의 시작이죠. - 김영하 [알쓸인잡]


알쓸인잡에서 김영하 작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작가를 ‘발자크’라고 이야기하며 ‘발자크 평전’을 소개했었다. 프랑스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그의 전집은 [인간희극]이라는 제목으로 발간되었다고 한다.


발자크는 자기 시대 각계각층의 다양한 인물유형을 탁월하게 그려낸 ‘문학적 초상화가’라고 지칭되어 왔다. -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슈테판 츠바이크 / 안인희


권여선 작가의 [각각의 계절]을 읽고 난 후 나는 프랑스에 발자크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권여선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사슴벌레식 문답’에서는 삶과 죽음 속에서 이제는 함께하지 못하는 친구 4명의 이야기가 펼쳐지고

-‘실버들 천만사’에서는 엄마와 딸의 짧은 여행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마주하고 있다.

-‘하늘 높이 아름답게’에 등장하는 일흔두 살에 죽은 마리아는 어쩌다가 태극기를 팔게 되었으며

-‘무구’에서 40대에 다시 만나는 대학 친구 소미와 현수를 통해 어디선가 들어봄 직한 사기당한 사연을 엿볼 수 있다.

-‘깜빡이’는 엄마와 이모의 모습을 통해 자신들을 투과해 보는 두 자매를 만나게 된다.

-‘어머니는 잠 못 이루고’에서 어머니와 여동생에게 시달리는 오익의 이야기가 왠지 낯설지가 않다.

-‘기억의 왈츠’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 이야기. 내 기억 저편 어딘가를 더듬어 보면 나에게도 그리고 너에게도 있었을 법한 어떤 작은 설레임을 들여다볼 수 있다.


각 단편들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나의 모습이기도, 내 가족의 모습이기도, 때로는 미래의 또 다른 내 모습일 것 같기도 하다. 그들의 얼굴은 내게 익숙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다.


김영하 작가님의 말처럼 나는 이 책에 등장하는 타인에게서 어떤 각도의 내 모습을 보고 있었다. 한껏 요모조모 살펴보고 들여다보고 나니 왠지 이들의 모습이 조금씩 익숙해졌다.


한국의 발자크라고 이야기하고픈 권여선 작가는 마치 그녀의 몸의 일부를 아주 조금씩 떼어내어 각 인물들을 창조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나는 그의 창조물을 통해 알고 있었던, 때로는 전혀 알지 못했던 내 모습을 만났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 거라던 작가의 말은 소설 속에서 만나는 각각의 등장인물을 통해 우리네 인생 속 각각의 계절을 조금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힘을 실어 보내 주는 메시지 같았다. 내게는 어느새 그들의 계절에 동화되어 내 인생 속 각각의 계절을 조금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는 한 줄기 희망이 마음속에 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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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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