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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J Anne Feb 18. 2024

애매한 재능이라도 갖고 싶은 사람 여기 있어요.

[애매한 재능] 수미

제목부터 확 나를 사로잡았다.

[애매한 재능]이라니. 재능이라는 것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애매하다고?

대체 얼마나 애매하다기에 출판된 책 제목이 대놓고 ‘애매한’ 이란 말인가.


그의 글을 읽고 나니 제목에 딸려있는 애매한이란 당사자가 아니라 타인의 시각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자기에게는 재능이 있으며 심지어 본인은 즐기고 있기까지 하다는 것을. 그런데 소위 ‘운’이라는 것이 따라주지 않으면 때로 가지고 있는 빛나는 재능이 ‘애매한’으로 보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예를 들어 ‘사다리 어린이 희곡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여 5백만 원을 상금으로 받았는데 하필이면 바로 그 시기에 아버님께서 외제차를 박으셨다.


하필이면.


그녀의 가정 대소사를 읽을 때 나는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했다.

나와 비슷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이. 단, 나에게는 그녀가 가지고 있는 글에 대한 ‘재능’은 없지만 마음먹은 것을 잘 까지는 몰라도 성실히 해내는 재능은 가지고 있다.

그의 말마따나 인생은 얼마나 얄궂은지…


애매하다고 이야기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는 것도 재능이라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토마토 앞에 ‘멋쟁이’가 붙은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토마토는 하고 싶은 것이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베란다 텃밭에 매달려서도 케찹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수확기가 지나고 비닐하우스에 쓸쓸히 남겨졌는데도 주스가 되고 싶으며, 줄기에 가만히 매달려서도 온몸을 격렬하게 흔들며 춤추고 싶다. 때로는 허황된 꿈이라도, 손에 잡히지 않을 먼일이라도 토마토들은, 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도 그렇다. - <애매한 재능>, 수미 지음

하고 싶은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을 손에서 마음에서 놓지 않고 언제든 튀어 오를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멋있었다.


내일이 오늘보다 좀 더 지독하더라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밖에 없을 것이다. 가능성이 있든 없든, 애매하든 모호하든, 내가 원하는 풍경으로 계속 걸어가는 것. - <애매한 재능>, 수미 지음

읽는 동안 내내 다짐했다. 나도 포기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풍경으로 지속적으로 걸어가보리라. 그렇게 가다 보면 어느새 나 자신을 ‘멋쟁이 앤’이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남들이 보기에는 내가 가진 그릇이 작고 겸손해 보일지 모른다. 더 큰 그릇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더 좋은 것을 담아야 한다고 성화를 부릴 수도 있다. 지금 나는 세상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진 그릇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연습 중이다. 비로소 ‘무언가 되지 못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스스로에게서 거둘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것은 얼마나 분명한 경지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하는 평범한 사람의 일을 평가 절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애매한 재능>, 수미 지음

천재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은 서로를 알아본다. 그리고 서로를 응원한다.

그리고 그 응원이 서로를 성장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내 글 벗들이 나를 이만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 들이니까.


세상에는 우주를 탐사하는 보이저 1, 2호를 만들어 저 먼 우주로 보낼 수 있는 천재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그 천재들을 응원하고 후원하지 않는다면 보이저 1, 2호는 절대로 지구 밖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니 애매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도 모두 존재 만으로도 빛을 발하고 있다고…

[애매한 재능]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책을 읽으며 나는 빛나게 평범한 우리들을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마워요 수미 작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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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밀리의 서재,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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