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 너무 좋겠다! 집에서 쉬는 거 아니야?!
코로나가 가져온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이 보수적인 대한민국 사회에 재택근무라는 새로운 불씨를 퍼트리게 된 일이 아니었을까?
코로나가 한참이던 시절 내가 다니고 있던 회사에서도 정부 지침에 따라 재택근무 규정을 신설하게 되었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 특성상 사실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다면 사무실이 아니라 어디서 근무하더라도 업무에는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에 운이 좋게도 우리 부서는 재택근무 가능 부서로 분류되었고, 코로나 기관 동안 3주에 1주씩은 돌아가며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출근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아도,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되는 재택근무! 3주마다 돌아오는 그 행복한 1주일을 기다리며 나는 재택근무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고, 코로나가 안정돼 가며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폐지하게 되었음에도 재택근무를 향한 불타는 마음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그때 바로 다른 회사에의 이직 제의를 받게 되었고 풀재택근무를 조건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내 인생에는 환상적인 워라밸과 행복만이 남을 거라 꿈에 부풀었지만, 현실 재택근무는 그렇게 녹록하지 많은 않았다.
1. 새로운 직장에 이직한 직 후 한참 일을 배우고 새 회사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 기간 동안 나는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외로운 싸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지금 회사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고, 또 여러 국가에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 직접 얼굴을 보고 대화할 일은 없다. 즉 나를 챙겨 줄 사람도 나에게 친절하게 업무를 알려줄 옆자리 선배도 존재하지 않는 그런 세상인 것이다. 물론 사내 메신저, 메일, 그리고 화상 전화/미팅을 통해 활발하게 동료들과 소통하지만 대면 직장에서 느끼는 그런 끈끈한 종류의 소속감, 동료애 같은 것과는 조금 멀어지고 말았다. MBTI E 수치가 80%인 극외향인에게는 생각보다 쉽게 정을 줄 수 없는 환경이라고 한마디로 정리하겠다. 물론 내향인인 남편은 지금도 매일 아침 출근 때마다 혼자 남아 일할 나를 너무도 부러워 하지만 말이다.
2. 회사에 출근해 일할 때는 출근, 점심시간, 퇴근이 딱 정해져 있는 느낌이었다면 재택을 하게 되면서 혼자 일하다 보니 정신을 차리면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거나,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는 등 생각과 달리 일과 업무의 경계가 모호 해지는 부분이 있다. 특히 나처럼 집중력이 강한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할 때보다 오히려 일에 너무 푹 빠져들게 되고 마는 것이다... 업무 중간 쓸데없는 수다를 떨어가며 행복했던 전 회사가 이렇게 그리워질 줄이야....! 아침 일찍 혹은 밤늦게 미팅이 잡히는 것도 출퇴근을 할 때에는 가급적 업무 시간 내로 조정할 수 있었지만 재택을 하게 되면서 거절할 명분이 없달까....(특히 외국과 일하는 업무 특성상 서로의 업무 시간이 맞지 않아 여러 명이 시간을 절충하다 보면 항상 한국 업무 시간은 쉽게 벗어나게 된다..) 왜냐하면, 내가 머무는 집, 이곳이 바로 내 사무실이고, 노트북 전원만 켜면 회사와 일과 바로 이어지게 되니 말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오히려 회사의 노예가 되기 더 쉽다 바로 이 말이다. 물론 이것도 원체 책임감, 완벽주의가 강한 내 성격 탓을 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말이다...
3. 나는 분명 열심히 노트북 앞으로 출근해 일하고 있음에도, 주변에서는 내가 정말 집에서 편하게 누워서? 일하고 있다고 쉽게 착각한다. 심지어 남편은 매일 아침 출근하며 무의식 중에 나에게 집에서 잘 쉬고 있으라는 인사를 나눈다고나 할까...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안일도 더 많이 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이 출퇴근으로 소요하는 시간에 잔근을 더 많이 하고 있어도 티가 안 난다는 단점이 있다고나 할까.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재택근무자가 많지도 않은 탓에 주변 사람들이 내 근무 형태를 들으면 막연히 좋고, 편하겠다는 선입견을 가진달까. 사람들의 이런 오해에 영 마음이 편치 않고 내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설명하고 싶지만 우리는 결국 전혀 다른 세상을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출퇴근 근무자는 절대 내가 느끼는 고충들을 마음으로 이해하지는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생각으로는 출퇴근하는 회사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자주 들지만, 인간의 적응력은 무섭기 때문이 이 추운 겨울 추위에 약한 내가 출퇴근을 위해 밖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재택의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6개월 차 초보 재택근무러는 아직 갈팡질팡한 마음을 안고 새로운 세계에 적응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