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파이어족'이라는 말이 내 심장에 꽂혔다...

내 하루 중 정말 나를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by 돌골앵

나는 어릴 때부터 소위 말하는 모범생이었다.

타고난 천재는 아니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성장하는 것에 큰 기쁨을 느끼고, 목표에 집중할 줄 알고, 원하는 점수를 얻어내기 위해 노력할 줄 아는 그런 평범한 학생이었달까. 물론 성적까지 평범하지는 않아서 고3 입시를 끝내고 보니 어느새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고 싶어 한다는 명문대 대학생이 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는 완전 내 세상이었다.

전공과목 외에도 다양한 단과대의 교양 수업들을 들어보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성취하고, 그저 행복에 행복만 더한 그런 즐거운 날들이었다. 사실 나는 공부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고등학생 때에도, 대학생 때에도 공부를 해야 해서 힘들다는 생각은 잘해본 적이 없었다. 말하자면 배움은 나에게 취미 생활이고, 나는 운이 좋게도 공부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대한민국에 태어나 덕업일치가 가능한 학생이었달까.


그렇게 하루 24시간의 주인으로 살던 행복한 날들이 지나고, 정신 차려보니 배우고 싶은 게 아무리 많아도, 배우고 싶은 것에 쓸 돈이 있어도, 막상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과 '체력'이 부족한 8년 차 영혼 없는 30대 프로 직장인이 되어 있는 것이다.


분명 계약서상 하루 8시간 근무하기로 했지만 정신 차리고 보면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야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작년부터 부쩍 일을 하는 '나'는 그리고 우리 '부부'는 정말 원하던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맞는지 자꾸 곱씹어보게 된다.


학교에서, 사회에서 배운 대로 좋은 대학 졸업해 좋은 직장에 취업해 살고 있는데도 왜 이렇게 행복하지 않은 거지? 사회의 일원으로 60대까지 계속 이렇게 직장 생활을 하는 거라고??


평일 하루 24시간 중 8시간은 자는 시간, 일하는 시간 10~11시간을 빼면 겨우 5~6시간이 남는데 그중 밥을 준비한다던지, 설거지를 한다던지 집안일에 쓰는 시간을 1~2시간을 빼고 나면 온전히 나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식사 시간을 포함해 겨우 3~4시간이 남는다. 특히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남편의 경우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집에 있는 시간이 4시간이 안되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매일 밤 이 아까운 4시간을 함께 하며 왜 우리는 하루의 대부분을 '일'에 쓰면서 정작 우리의 행복의 원천인 '함께 하는 시간', '하고 싶은 일'에는 많은 시간을 쏟지 못하며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처음으로 의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이어족'이라는 단어가 말 그대로 내 심장에 박혀 버렸다.


F.I.R.E(Financial Independent Early Retirement), 경제적 독립 조기 은퇴!


한국에서는 파이어족이라 하면 경제적 독립을 이루기 위해서는 코인/주식/부동산 등으로 적어도 20억 정도는 되는 충분한 자본 소득을 획득한 후 경제 활동을 중단하는 신개념? 부자 들로 보이는 모양이지만, 내가 이해한 파이어족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을 뜻하는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다.


시간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그동안은 돈을 벌고, 쓰고 하는 것에 대부분 사용해 왔다면, 이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일들로 채우고, 그 삶을 영위하는 데에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활동 만을 하는 것. 소비적인 삶에서 가치 있는 삶으로 인생의 중심을 옮겨 오는 생활의 변화! 큰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용기!


나는 물욕이 크지 않고 인생의 기쁨은 가족/친구와 보내는 의미 있는 시간, 외국어 공부 등 관심 있는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지금은 일에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결국 나에게 일이라는 것은 돈을 버는 수단일 뿐 나를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해주는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모범생으로, 명문대 생으로, 대기업 회사원으로 남들에게 보이기에만 행복한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 정말 내가 집중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일까?


남에게 잘 보이는 일도,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는 것도 아닌 그저 하루하루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행복하게 충실하게 살아가는 소박한 기쁨이야 말로 우리 부부가 원하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아직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 여유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조금 더 열심히 벌고, 조금 더 절약하고 투자한다면 우리는 몇 년 이내에 현재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우리 두 사람이 온전히 행복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하루에 몇 시간 최소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자급자족이 가능한 귀촌도 좋다. 우리 둘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스스로 하루 24시간을 계획할 수 있는 나는 이런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는 꿈에 부풀어 올라있다.


과연, 나의 5년 뒤 10년 뒤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 상상 만으로도 두근 거리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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