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병원에 왜 이리 사람이 많아요

나는 우리가 닭살 부부인 줄 알았지, 난임 부부가 될 줄은 몰랐는 걸..

by 돌골앵

'너희는 아기 생각 없어?'



어느덧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도 만 4년이 다 되어 간다.

2010년 대학교에서 처음 만나 9년의 긴 연애 끝에 2019년 5월 결혼한 우리는 어디를 가도 늘 1+1, 항상 꼭 붙어 다니는 사이좋은 잉꼬부부! 사이좋은 우리 두 사람이 아직 아기가 없다는 게 사람들에게는 제법 궁금한 화제인가 보다.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 척, 담담한 목소리로, 조금은 관심 없다는 듯이 대답한다.



'음, 뭐, 생각은 있어요.'


이 정도면 자연스러웠겠지?


'그래? 좋은 소식 있으면 꼭 알려줘~.'


그래요. 저도 좋은 소식이 꼭 있었으면 좋겠네요. 속으로 한번 읊조리고 금세 다른 화제를 이어나가 본다.



결혼 초기에는 막연히 적어도 3년 정도는 우리 둘이 신혼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에 아기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고민을 했다면, 우리가 딩크로 사는 건 어떨까 라는 상상의 나래를 조금 펼쳐 본 정도라고 할까? 살면서, 특히 20대 때는 난임이라는 주제를 들어본 적 조차 없었던 것 같다. 최초의 기억은 병원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할 때 병동 차지 간호사 선생님이 쌍둥이 엄마이고, 늦은 나이에 결혼하셔서 난임으로 시험관 시술을 통해 아기를 얻으셨다는 것 정도였달까? 3교대 하는 간호사 업무 특성상 난임인 경우가 종종 있다고 들었는데 나는 이제 간호사 일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아직 난 젊기도 하고! 나에게는 당연히 해당되지 않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주변에 아기를 안 낳을까 고민하는 사람은 많이 봤어도 아기가 안 생겨서 고민이라는 사람은 분명 없었던 것 같은데..!



32살에는 아기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2021년 여름!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진지하게 임신에 대해 고민했고, 우리가 결심만 한다면 바로 당장 아기가 생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고, 그렇게 육 개월이 흐르기까지, 야속한 테스트기는 한 줄을 벗어나지를 못하는 것이었다. 우리한테 문제가 있나? 조금 걱정이 되려는 참에 마침 코로나로 중단되었던 신혼부부 건강검진이 2022년부터 재개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이런저런 검사를 받게 되었는데 글쎄..... AMH(항뮬러관호르몬), 소위 난소 나이 검사에 따라 검사 수치 0.65 내 난소나이가 43살이라는 게 아닌가. 내 나이보다 10살도 넘게 많네...? AMH 수치가 0.5~1 사이면 폐경 이행기로 본다고요??? 보건소 의사 선생님이 난임 병원에 다니며 빠른 임신 준비를 권유하시는 전화를 받고 너무 놀라 머리가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 회사에서 전화를 받았는데 혼자 회사 복도에 나와서 엉엉 울며 남편에게 전화도 걸었더란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 아직 만으로는 20대인 내가? 난임이라고? 조기 폐경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나는 우리 부부가 아기 낳기를 선택하는 줄로만 철석같이 믿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손에 애초부터 선택권 같은 건 없는 거였구나 하는 생각에 머리를 쿵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우리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우리에게 평생 아기가 생길 수 없다면 어떨까? 이 질문을 받고 보니 모든 게 명료해졌다. 우리는 아이가 갖고 싶다. 우리 둘이 서로 주고받는 이 큰 사랑을 우리를 닮은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취할 행동은 단 하나뿐이었다. 자, 핸드폰을 열고, 난임 병원을 검색해 보자.


그렇게 집 근처의 여러 난임 병원을 고르고 골라 가장 대기도 적고 친절하고 깨끗하다는 병원에 가게 되었는데, 아니........ 출산율이 문제라는 대한민국에 이렇게 난임 부부가 많다니요?

잔뜩 긴장한 채로 손을 꼭 붙잡고 도착한 병원에는 우리 긴장이 무색할 만큼 많은 부부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며칠 전만 해도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한없이 부정적인 생각으로 파고들던 내가, 다시 머리를 크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아... 우리만 겪는 일이 아니었구나. 대한민국에 이렇게 난임 부부가 많았다니...


예약 시간에서 거의 40분이 지나서야 첫 진료를 볼 수 있었다. AMH 수치가 낮긴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실제 나이라며 원장님은 불안한 내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혀 주셨다. AMH 수치 만으로는 난임 여부를 판정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듣고 난임 검사 3종 세트(AMH 검사/나팔관 조영술/정액 검사)를 모두 받아 볼 것을 권유받았고, 그 결과 남편의 수치도 좋지 않아 우리는 이제 건강 보험에서도 인정하는 난임 부부로 진단받게 되었다.


'오빠, 난 우리가 닭살 부부 인 줄만 알았지 난임 부부가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인생은 항상 왜 생각지 못했을 때 이렇게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걸까.

그렇게 우리 부부는 기나긴 '난임'이라는 터널에 발을 들여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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