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바엔 차라리 파이어족이 되고 싶어..
처음 시험관 1차를 준비했을 때에는 모든 것이 너무 낯설고 두려웠지만, 동시에 희망이라는 씨앗이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험관 1차에 임신이 되는 건 로또라는 사람들의 글들을 보면서도, 나는 아직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으니 어쩌면 그런 행운이 나에게 올지 몰라!라고 남편과 나는 두근두근 덜컥 쌍둥이가 생기는 건 아니냐며 섣부른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기도 했다. 그래도 막상 임신 확인 피검사 날이 되자, 도저히 임신 테스트기를 해볼 용기가 나지 않는 거다... 그냥 마음 편히 피검사 수치를 들어보자 하고 그대로 병원에 도착하였고, 의사 선생님은 궁금하지 않으셨나며 테스트기를 해보지 않았다는 나를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셨다. 하지만 역시... 결과는 실패........... 병원에서 피검사 수치를 듣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는 걸 듣고 혼자 집에서 얼마나 엉엉 울었는지 모른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행히 풀재택 직장으로 이직해서 남들 눈치 보며 꾸역꾸역 눈물을 삼킬 필요는 없었다는 것 그리고 또다시 테스트기의 한 줄을 굳이 마주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 정도였달까.
그래 첫 시도에 성공하는 건 당연히 어려울 줄 알았어! 그래도 이번에는 다를 거야!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험관 2차가 시작되었다. 이번에는 1차보다 난포가 더 많이 보인다는 희망적인 의사 선생님의 말에 이 정도는 별거 아니지 하며 배주사와 처방약을 시간 맞춰 열심히 맞고, 채취일을 단 4일 앞둔 금요일, 남편이 아무래도 코로나 증상이 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해왔다. 혹시 모르니 집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일단 남편은 코로나 검사 후 잠시 비어있는 시부모님 댁에 혼자 격리를 위해 떠났고, 다음날 아침, 오빠는 코로나 양성 결과를 받았다.... 그래도 나한테는 아무 증상이 없어서 일단 코로나 검사를 먼저 받고, 병원에도 전화해서 상황을 공유하니, 일단 내가 코로나 음성이 맞다면 다음 주 화요일에 계획대로 난자 채취는 진행하도록 해주겠다는 것이었는데, 다음날 아침, 재검사가 필요하다는 결과가 떴다. 아무 증상 없으니 괜찮을 거야... 라며 서로를 다독였지만 다음날인 일요일 결국 나 역시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았고, 우리의 시험관 2차 시도는 채취일을 목전에 두고 코로나 감염으로 모두 All stop 되고 말았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다시 시험관 2차를 시작하게 되었고, 배주사를 놓는 내 손은 더 대담해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왠지 느낌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채취 후 이식일을 기다리는 주말에 뜬금없이 방광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결국 응급실을 갔고, 시험관 진행 중인 걸 알리고 약 처방을 받았는데, 처방약 중에는 항생제도 있었다. 일단 이번에는 신선 이식이 아닌 동결 이식으로 진행해보기로 하고 결국 다시 이식일이 미뤄지게 되었고, 2022년 마지막 주에 와서야 시험관 3차 같은 2차의 동결 이식이 진행되었다. (나는 2번의 채취에서 겨우 3개/1개씩의 난자만 얻을 수 있어서 채취 2번에 이식 2번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식 후 정말 임신 같은 증상(어지러움, 발열, 울렁거림)이 조금 보여서 이번에는 참지 못하고 테스트기를 해보았는데 처음으로 흐린 2줄이 나타났다..! 오빠랑 얼싸않고 정말 많이 기뻐했고, 1차 피검사, 2차 피검사에서 모두 임신을 확인할 수 있는 피수치가 나왔다.
이제 진짜 난임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거구나 얼떨떨하면서도 언제 휴직을 들어가면 좋을지 캘린더를 뒤적거리며 기쁜 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조금씩 진해지던 테스트기 결과가 다시 옅어지기 시작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임신 5차를 기다렸고, 해당 진료에서 결국 화학적 유산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엔 진짜 임신이라고 기뻐하다 다시 그게 아니라고 하니 너무 속상해서 오빠도 나도 조금 울고, 회사일도 손에 잡히지 않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건강한 아기가 오려는 걸 거라고 서로 다독이며 이번에는 그래도 임신 초기까지 진행이 되었었으니 다음번 시도에는 진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작은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시험관 3차, 이번에는 이전보다 주사가 더 많이 추가되어서 이식 후에도 하루에 한 번씩 콩주사라 불리는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주사 부위에 멍도 들고, 어찌나 아프던지, 주사든 뭐든 잘 참는 나도, 이 주사를 놓을 때마다 얼마나 겁이 났는지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진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믿으니 씩씩하게 처방약과 주사를 시간 맞혀 잘 복용했다. 그리고... 1차 피검사 전날 해본 임신 테스트기에서는 여전히 단호한 1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 또 안 됐구나.... 그래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다음날 아침 병원 진료를 갔고, 테스트기를 해보았냐는 의사 선생님 말에 결국 눈물이 또르륵 흐르고 말았다. '이번에도 아닌 거 같아요.' 하고 말을 건네니 일단 결과를 보고 어떻게 진행하면 좋을지 안내 주시겠다며 글썽글썽한 눈으로 '이번이 아니더라도 꼭 임신되실 거예요' 하고 위로해주시는데 계속 눈물이 나서 얼마나 참기 어려웠는지 모르겠다. 결국 피검사 수치로도 임신이 되지 않은 게 확인되었고, 마치 4차 같았던 시험관 3차를 마무리하며, 역시 나한테는 올 수 없는 행운인가 하는 마음에 우울해졌다.
그리고 그 우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인지, 지금 내 마음은 어느 때보다 더 파이어족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내 마음속에 있어서 파이어족과 임신/출산은 사실 대척점에 있는 두 개의 가치였다. 파이어족이 된다는 선택은 남편과 내가 확신을 갖는 라이프 스타일이지만, 사실 아기가 태어나게 된다면 은퇴의 시점도, 은퇴 시 도달해야 할 자산 목표도 결국 조정 되게 될 테고, 지금 추구하고 있는 삶의 계획과는 분명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더 우선 하고 싶었던 가치는 당장의 파이어보다는 우리를 닮은 아기를 갖는 거였는데, 정말 이게 이렇게 힘든 일이고, 우리가 계획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나는 차라리 파이어족으로서의 구체적인 내 모습을 그리는 게 더 현실적이고,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든 임신하게 된다면 삶의 계획을 변경하게 되겠지만, 일단 눈앞의 파이어족 목표를 따라가는 게 차라리 더 나은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하아.... 난임의 터널은 너무나 길고, 끝을 알 수 없어서, 앞으로의 내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