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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용 지민파파 Feb 04. 2019

비로소 감으면 보이는 것들...

란다 밖을  내다보는 눈은 시려왔고 심장은 어디로 튈 지 모르는 공처럼 뛰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이 시간에 여기에 서있었던 적이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어디가 발원지인지도 모를 불안감과 어색함은 낯선 감정을 덧칠하며 이내 외로움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면 이런 기분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무작정(?) 회사로 달려가던 잘 짜여져 있던 법칙에 균열이 생긴 것이었다. 평온해 보이는 거리, 오가는 이들의 발걸음에도 무슨 음모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꽂혔다.




2010년 10월의 어느 날, 창업을 결심하고 사직서가 처리된 다음 날의 세상은 적어도 (꿈꾸며 혹은 기대했던 것만큼) 화사하진 않았다. 맘 편히 늦잠을 자도 된다는 안도감도 몸이 기억하는 시계의 바늘을 거스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아무도 눈치 주지 않고 신경 쓰는 사람 없는데 집 안의 공기는 왜 그렇게 희박하게 느껴졌을까? 몇 번이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지만 날숨은 그렇게 거칠 수가 없었다.


월급 받는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던 직장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홀로서기의 문이 열리던 첫 날의 마음은 이렇게 무거웠다. 분명한 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같은 가사의 멜로디는 아니었다는 사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기다리고 있다는 불안감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설렘이 상쇄시키고도 남을 줄 알았지만, 월급 루틴에 익숙해져 있던 삶은 그렇게 단 하루의 여유도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인생 최고의 가치를 사랑과 동일시하던 뜨거운 피를 가졌던 때도 있었고 명예와 돈을 버겁버 좇기만 하던 시절도 있었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마다 호르몬의 변화 때문인지, 아니면 주변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의미를 부여하던 것에 조금씩 변화가 생긴다. 누구나 갖고 있을 법한 속물 근성을 완전히 지워버리진 못하더라도 그때는 맞다고 확신하던 것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을 거라는 쿠션 같은 여유로움이 생겼다고나 할까.


"너는 하루 중 언제 가장 행복하니?"


어느 날 사회인 야구를 하며 알게 된 선배가 술잔을 부딪히다 물었다. 자기는 하루를 마감하며 또 새로운 하루를 충전하는 그 시간이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피식~ 웃으며 넘겼던 그 말이 언제부터인가 나에게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있을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나타나고 사라지고를 반복한다. 눈을 뜨면 그 잔상은 흐릿해지지만 감정은 잔잔한 울림을 전한다. 성공인지 실패인지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잠시나마 인간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그 시간이 고맙고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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