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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27. 2023

아줌마면 어때요

 소녀감성은 살아 있는걸

아주머니 안 찍혔어요,"

" 저요?"

"  네 아주머니. 카드가 안 찍혔네요.

 배차시간이 길어 겨우 탑승한 버스. 사람이 많아 팔을 뻗어 교통카드를 찍었는데 태그가 안되었다. 버스 기사님의 말씀에 움츠려드는 마음. 아줌마도 아니고 아주머니 정도에 의기소침해지다니.


25분을 기다린 버스인데 아주머니 얘기까지 들으니 불편함이 가중된다. 내가 타려던 버스는 25분 전에 내 앞을 무심히 지났다. 충분히 탈 수 있는 버스였다. 그때 내가 오른쪽으로 고개만 돌리지 않았다면 여유롭게 타고도 남았을 텐데.


나무를 덮은  담쟁이 이파리에 시선을 빼앗긴 탓이다. 붉은 옷을 입은 나무를 감상했다.  단풍 든 이파리에 시선을 두다 버스를 보내게 된 것이다

.

 다음 버스를 확인하니. 25분이나 기다려야 한단다. 나무 곁으로 가서  멋스러운 모습을 한 컷 찍어줬다. 가을을 담은 사진 한 장을 얻었다.


그렇게 기다린 버스인데 배차시간이 길었는지 사람이 많았다. 카드 태그가 안됐으니 기사님은 걸맞는 호칭을 부른 것 뿐. 아주머니라는 말이 마음에 머문 이유가 우습다. 중년에 접어든 나이니까 아줌마는 맞는데.  불편해지는 마음이  왜  들었을까.


불편한 마음을 직시해 본다.마음은 이십 대에 머물렀는데. 나이를 인정하려니 억울한 모양이다.  치장을 해도 속일 수 없는 외모 탓인데. 나이듦을 모른 척 하고픈 현실 부정. 계절 탓으로 돌린다. 가을 타는 병이라고 해두자. 나이 듦을 인정하기 싫어지는 마음이 빤히  보이지만.

 

보이는 나이보다 호칭에 신경을 쓴다. 호칭이 뭐 중요하다고. 나는 익어가고 있을 뿐인데. 감이 익듯 익어가는 가을. 설익지 않으려면 마음을 넉넉하게 써야 한다. 아줌마든 아주머니든 개의치 말자고 다독여본다. 내 나이도 이제 가을의 초입 아니던가.


나무가 이야기한다. "아줌마면 어때요. 호칭따위 형식인걸요. 이 가을을 부지런히 느끼고 기록해 가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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