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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26. 2023

매일 흔들리는 너에게

손잡이의 비밀


버스를 타면 항상 앉게 되는 나만의 좌석이 있다. 나의 지정석은 문 앞 첫 번째나 두 번째 자리. 배차시간이 길었던 오늘은 앞좌석이 꽉 차서 뒷좌석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좌석의 위치가 약간 높아지니 버스 손잡이에 눈이 쏠린다. 무지개처럼 알록달록한 빛깔이 버스 안을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버스의 흔들거림에 따라 시계추처럼 흔들리는 손잡이. 평소와 다른 시선이 옛 추억을 부른다.



회수권을 통에 넣고 버스 안을 살피던 소녀, 언제나처럼 오른쪽 좌석을 응시한다. 비 오는 아침의 동반자였던 우산이 거추장스러운 애물단지가 되는 순간. 중심을 잡기 위해 버스 손잡이를 움켜쥔다.



그때 손잡이를 붙잡는 또 다른 손. 얼핏 보니 여드름 꽃이 활짝 핀 남학생. 버스가 흔들리니 손이 살짝 스친다. 화들짝 놀란 소녀는 얼른 손잡이에서 손을 뗀다. 하지만 갈 곳 잃은 손은 허공을 휘젓다 손잡이를 다시 붙든다. 눈치 없는 남학생도 꿋꿋하게 그 손잡이를 고집했다. 버스의 흔들림이 감지될 때마다 살짝씩 터치되는 손, 불편한 순간이 이어졌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손잡이가 야속하기만 했다.



친구에게 얘기하니 못 이긴 척 있다가 서로 썸을 탔다는 무용담을 들려줬다. 나에게도 그렇게 해보라 권하던 아이들. 깔깔대며 웃던 그날의 유쾌한 공기가 창밖의 풍경처럼 스치듯 지나간다.



나이듦이 빚어낸 추억앨범은 언제나 생생하다. 앞으로도 기억을 걷는 시간이 많아지겠지? 오늘을 기억하는 또 다른 내일의 모습은 어떨까. 알록달록 버스 손잡이처럼 다양한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싶어진다.



문득, 버스나 지하철에 있는 손잡이는 왜 흔들거리게 만들었는지가 궁금해진다.  검색기를 이용해 본다. 손잡이가 고정식이면 버스의 흔들거림 충격이 고스란히 팔에 전달이 되기 때문에 충격 흡수를 하도록 만들어진 거라고 나와 있었다.



버스 손잡이 부분을 찬찬히 다시 살핀다. 애꿎은 손잡이 탓을 하던 교복입은 소녀가 떠올려져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손잡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싶은 날이다.


매일 시계 추처럼 흔들리는 너를 보니 안쓰러웠는데

너의 몸짓이 안전 때문이라고 하니 어쩔 수 없구나

교복입은 소녀를 떠올리게 해줘서 고맙다.

앞으로도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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