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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Oct 28. 2023

국화옆에서

그 누님이 되고 싶다

 아침 기온이 차갑다. 초가을에서 깊은 가을로 넘어가는 때면 어김없이 감정의 이상 기온을 느낀다. 마음의 헛헛함이 느껴진 달까. 나 가을 타나 봐 노래가 절로 나온다. 계절병이다. 이럴 때는 가을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한다.


가을을 대표하는 꽃. 국화를 만났다. 하얀색 보라색 노란색 자주색 등  다채로운 색감의 꽃이 있었다. 올망졸망한 꽃망울을 폭죽처럼 터트린 국화.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자태에 마음이 푸근해졌다.

 

국화는 찬바람이 부는 늦가을까지 피는 꽃이다. 온 세상을 물들일 듯 따듯했던 빛깔의 나뭇잎들이 황량한 낙엽으로 바닥에 뒹굴때 . 사람들의 마음을 달래준다. 찬바람이 불고 서리가 내려도 고운 자태를 지킨다. 세상일에 초연하게, 홀로 고상하게 피어있다. 사군자로 칭송받는 국화. 국화를 영접하는 마음으로 눈에 가득 담아 본다.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나직이 읊어보니 색다른 감동이 더해진다. 꽃을 피우기 위해 수많은 희생을 감내하며 기다려야 한다는 메시지가 전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시 속의 누님의 모습을 친근하게 떠올리게 된다. 강인한 모습을 엿보게 된다. 나도 그 누님이 되어보자 생각하게 된다.


늦가을. 바닥에 뒹구는 낙엽에 마음 뺏기지 말고 국화를 떠올려야겠다. 원숙미가 느껴지는 국화의 모습을 닮아보련다.




*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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