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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오 김세미 Nov 21. 2023

설마설마했지요


 "강아지 오줌인가봐요. 반려견 키우는 세대에 공지 해주세요 .  예뻐할 줄만 알지 치우질 않네 .."

 " 또 104동 인가? 왜 자꾸 104동 강아지들만 그럴까 "


그런 줄 알았다. cctv를 돌려보기 전까지는 . 특정동에 그것도 미화 이모 퇴근하신 늦은 오후에 발생한다.  물론 그 동에 대형견을 비롯한 강아지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단지 내 강아지 배설물로 인해 주민 갈등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주차장  기둥이나 1층 승강기 앞은 산책 나온 강아지들의 실례장소.  안내문을 붙여놔도 반복된다.  통화중이거나 승강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견에게 배설의 욕구를 참아야한다고 체면이 있지 않냐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다. 


마대걸레로 여러차례 닦고 오셨다는 반장이 cctv를 검색한다고 했다. 한참을 돌려보신다. 그날따라 강아지가 많았다. 몇층의 강아지일까를 염두에 두었는데 꼬마의 행동이 수상하다. 설마설마했다.  그런데  범인이 강아지가 아니었다.  꼬마였다. 



그런데 일주일 후 또 다시 승강기 방뇨사건 발생 . cctv에 그대로 나온다 . 지난번과 동일한 층에 내린 꼬마다.  이번에는 안내문을 붙였다.  지각있는 분들일 거라고 그러니 양심에 호소하는 글을  써서 붙였다.



그렇게 끝나려니 했는데 헬스장 카드 건으로 방문하신 입주민이 한마디 하신다. 우리 라인 소변 범인좀 찾아주세요 양이 상당한데요. 강아지가 범인일리가 없네요 하신다.  지금 내려오면서 보셨단다. 


혹시 또 ? 


세번째는 그대로 넘어갈 수가 없다.  책가방을 멘 저학년  남아다. 안내문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하더니  코너에 자리를 잡고 몸을 숙여  난사한다. 이쯤되면 묵인할수 없다.  부모와의 통화를 시도했다.  전화를 받지 않는다. 문자로 남길 수도 없으니 내일로 미룬다.   


다음날 통화성공. 그럴리가 없단다.  인상착의는 맞지만 왜 그런 행동을  하겠냐고 반문한다. 직접 와서 확인하겠단다. 안내문을 보고도 그 행동을 했다고 전하니 아이한테 물어본다고. 


소변보는 아이의 뒷모습이 담긴 cctv는 모든걸 말해주는데 어쩌랴. 우리가 아는  진실중 하나는 소변보는 아이는 부모와 같이 있을 때도 그 행동을 했었다는 거다. 그말까지 할 수는 없었다. 통화중이었으니 모를수도 있으니까. 그 날의 얘기까지 할 순 없었다. 그날은 정말 급했나보다 눈감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된 이상 후속 조치는 했어야 했다.  분명 급하다고 했을텐데 .  심증만 가지고 얘기할 순 없으니까 . 


학생의 보호자가 관리실을 방문하셨다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신다. 아이를 통해 확인했다고  CCTV는 굳이 확인하지 않겠단다. 추후  재발을 막겠다고 하셨다. 세번째 발생한 일이고 해당동에 민원이 많은 부분을 여과없이 얘기했다. 장난처럼 인식하고 있느니 안되는 거라고 분명히 말해줫으면 해서다


죄없는 강아지가 범인으로 오해받을 뻔했다. 모두를 놀라게 한 철부지 꼬마의 승강기 방뇨도 이번을 계기로 멈춰지길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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